농사의 취향, 팜빌( FarmVille )

거의 잠자고 있던 Facebook 계정이 예상치 못한 일로 활성화 되어 버렸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시작하게 된 바로 팜빌(FarmVille)이라는 게임 때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농사를 짓는 게임이다.

예전에도 농업관련 시뮬레이션 게임은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심팜( Simfarm )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꽤나 현실성이 있었던 게임이었던 만큼 복잡했고, 그래서 신경쓸 것도 많았다. 하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15년전의 일인 것 같은데, 2010년의 세상은 그때와는 참 많이 바뀌었다. PC의 사양은 급격히 향상되었고,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2010년에 유행하는 게임은 인터넷에서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농장을 꾸밀 수 있으며, 다양한 사람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현실성 대신 단순화를 추구하였다. 사실, 팜빌은 2009년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게임이다.

게임의 목적은 말그대로 농사를 짓는 것이다. 씨를 사서 뿌리고 기다리면 수확할 수 있다. 작물마다 수확시기가 다르다. 딸기는 씨를 뿌린 후 4시간만에 수확할 수 있고, Artchokes라는 작물은 수확하는데 무려 나흘이나 걸린다. 즉, 개인의 스타일이나 시간여력에 따라 다양한 작물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조금 더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4시간짜리 작물( 심지어 2시간짜리도 있다 )을 심어 빠르게 발전할 수 있고, 바빠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나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12시간짜리나 24시간짜리 작물을 심으면 그뿐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 농장에 가서 비료를 뿌려주고, 이웃이 우리 농장에 와서 비료를 뿌려준다. 비료를 뿌린 작물은 더 큰 수확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이웃이 있어야 농장을 확장시킬 수 있으며, 마굿간을 지을 때는 이웃들에게 무료선물을 부탁하면 이웃들이 못하나 나무하나 십시일반으로 모아 함께 완성을 시킨다. 말그대로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게임인 것이다.

나의 레벨은 20이다. 훨씬 높은 이웃도 있고, 이제 갓 시작한 이웃도 있다. 8시간을 기다렸던 토마토가 빠알갛게 익어서 수확할 시간이 되었다. 이웃이 비료를 뿌려준 곳의 토마토는 더 크게 영글었다. 마침 체리나무에서도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확의 기쁨이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