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사진전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최근에 자주 들르게 되는 예술의 전당 로비, 예술의 전당의 로비를 만든 이후로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인지라 지하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 잠시 허둥지둥하여 올라갔더니, 비가 오는데 표는 밖에 나가서 사오란다. 맘에 안들어...

퓰리처상 사진전은 말그대로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들을 연대별로 전시한 사진전이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다 보고 나서 밖에 나와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평소 같으면 내 사진도 찍었을 것이지만 사진전을 보고나온 이후 기분이 매우 가라 앉아서 웃으며 사진을 찍을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워낙에 유명한 사진들이고 여러 매체를 통하여 여러 번 등장했던 사진들인지라 익숙한 사진들도 많았다. 특히나 최근 사진들은 더욱 그러했다.

오디오가이드를 빌리지 않아 그 내용을 모르니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사진 옆에 자세한 설명을 해놓아 굳이 오디오가이드를 빌리지 않아도 될 듯 했다. 오히려 사진보다 설명에 더 감동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사진전에서 몇 번 오디오가이드를 빌려본 경험에 의하면 미술전에 비해 사진전은 오디오가이드의 효용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등따시고 배부르게 평안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장면들을 사진에 담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작가들의 열정 또한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전쟁의 폭풍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 작가들의 일부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이 그들에게 그러한 열정을 부여했을까?

굳이 전쟁이 아니라도 인류가 겪는 여러 가지 위태위태한 상황은 많다. 또한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그 상황의 해결이 아니라 관찰자로서 사진만 찍고 있는 작가들의 행동은 비난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의 열정이 그들을 거기에 존재하게 했던 것이지, 그러한 열정이 없었다면 해결사로서든 관찰자로서든 그들은 그 상황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도덕적 잣대로 그들의 열정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정말 슬픈 사진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 상기할 수 있는 사진전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