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화된 차례상에서 느끼는 안타까움

여느 명절과 다름없이 큰집에 다녀왔다. 종가집 큰 아들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8년이 가까워 온다. 그 이후 역시 종가집 큰 아들일 수밖에 없는 큰아버지에게로 제사가 넘어가서 좋은 점은 역시 명절 때 절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 하지만,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차례상이 점점 간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큰 아버지는 작은 할아버지가 얼머 못사실 것 같다며, 돌아오는 추석에는 작은 할아버지도 모셔와서 같이 차례지내케 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큰엄마가 거세게 반대한다. 그 집 다 끓여먹이는 거 힘들다며... 사실, 이제까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이제서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은 큰아버지를 비난한다. 시대가 변하긴 변했나보다.

명절날 여러 친지들이 모여서 차례지내는 것, 겉치레에 불과하지만 그 겉치레보다는 여러 친지들이 모여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며 혈족의 돈독함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명절 의식이 여자들의 희생에 의해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절 의식은 여권 신장과 결부되어 점점 더 간소화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러한 명절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듯 하다. 물한잔 떠놓고 절 두번 하는 것으로 끝날지도...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