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 전사의 귀환

원래 중국무협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역사를 다룬 영화도 꽤나 즐겁게 보고 있다. 특히나 역사물에서는 전쟁씬이 나오고 이 전쟁신에서는 중국식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물량공세를 볼 수 있어서 좋다. CG 도배를 하는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가 아닌 중국식 블록버스터 액션! 다만, 뮬란에서는 압도적이라고까지 표현하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이미 워낙에 유명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한 차례 경험을 했던 여전사 뮬란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화 되어 다시 찾아왔다. 조미가 뮬란역을 맡았다. 조금 더 중국풍의 여배우가 뮬란역을 맡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조미에게 뭔가 중국스러움이 부족하지 않나하는 개인적인 생각...

애니메이션 뮬란의 이야기가 가물가물 하기에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인 이야기는 비슷한 것 같다. 노부를 대신하여 여자임을 숨기고 전장에 나가 평소에 갈고 닦았던 무예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대장군에 이르며 마침내 금의환향하는 여전사 뮬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타깃으로 하는 관객의 연령층이 당연히 디즈니 애니 보다는 좀 더 높다보니 분위기가 꽤나 무겁게 가라앉으며 전쟁의 쓰라림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희극적 요소는 사라지고, 그런 요소를 받쳐주던 밝은 풍의 배경음악들도 없다. 그저 무거운 분위기는 그 짙음을 더해간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버전에서 꽤나 괜찮았던 주제가인 Reflection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또한 어긋나 버렸다.

끝없는 전쟁이라는 미로를 빠져나오지 못하여 고뇌하는 뮬란을 그리려 노력하였으나 공감하기 쉽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스펙타클한 전쟁씬을 앞세운 본격적 액션영화도 아니어서 그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양쪽다 집어 넣겠다는 과욕이 보인다. 게다가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엉성한 로맨스도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볼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돌이켜보면 느닷없는 "내가 왕자다"도 꽤나 황당하다.

그나저나, 뮬란은 실존 인물인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