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5로 이해하는 제국주의

악마의 게임, 인생 퇴갤, 인생 로그오프, 타임머신 등으로 불리우며 그 몰입도에 혀를 내두른다던 시드마이어의 문명5( Sid Meier's Civilization 5 )를 설치한 후, 인생 퇴갤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생 로그오프 모드에 돌입한 생태이다. 초기에 여러 가지 시스템상의 문제로 플레이를 못했지만, 엄청난 열의로 극복해낸 후의 일이다.

꽤나 복잡한 게임인지라 진입장벽이 높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많이 알면 많이 아는대로, 적게 알면 적게 아는대로 엄청난 몰입도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 난 이미 몇 년 전에 문명4를 재미있게 플레이한 경험이 있기에 특별한 어려움 없이 기억을 더듬어 플레이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로 가볍게 손을 푼 다음, 제공해주는 기본 세팅대로 플레이를 하여 이미 두번의 엔딩을 보았고, 세번째 게임도 이미 엔딩은 나의 의지만 남은 상태이다.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제작사의 의도일지는 몰라도 기본세팅이 난이도 2로 되어 있다. 네 번째 버전때는 아마도 중간인 3정도로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또한, 기본 세팅이 랜덤으로 지도자-국가가 선택되는지라 앞서 플레이한 두 게임에서 아라비아와 오토만제국이 걸려 두번 모두 UN Vote로 엔딩을 경험했고, 지금은 이로쿼이족(Iroquois)의 하이어와서(Hiawatha)가 선택되어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찾아보니 미국 인디언 중 가장 강력한 부족이었다고 한다.

게임에서도 전쟁을 지양하는 나로서는 비폭력적인 승리를 추구해 왔지만, 이번 세번째 게임에서는 지형이 섬으로 선택되었기에 초반에 타국의 공격을 받지 않아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기에 다른 국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할 기회가 주어 졌는데, 하다보니 앞도적인 국력으로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전의 핵심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와 알루미늄이 드넓은 나의 제국안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자원들이 아직 석유가 뭔지도 모르고 알루미늄이 뭔지도 모르는 도시국가들의 땅에서 발견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고민이 시작 되었다.

물론, 나의 기술적 경제적 군사적인 역량은 다른 국가들을 엄청난 차이로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전쟁을 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예전 게임과 같이 그냥 UN을 설립하고 아직 생존해 있는 다른 도시국가들을 돈으로 매수하면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항공모함을 갖고 싶고 스텔스 폭격기를 갖고 싶다는 열망때문에 힘없는 도시 국가들을 어떠한 명분도 없이 그냥 공격해 버렸다. 함대로 도시를 둘러쌓아 함포를 쏘아대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대에 대항하여 그들은 고작 창병들과 궁수부대로 맞설 뿐이었다. 이길 수는 있지만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세력이 어느 정도 있는 국가들과는 친분을 맺으며 약소국만을 괴롭혔다.

게임을 하면서 문득 제국주의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압도적인 국력을 가지고 있으면 빼앗고 싶은 열망이 나타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그저 석유를 가지고 싶었던 것일 뿐이지 않던가! 그리고 더 나아가, 만약 한반도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왔더라면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었을까 아니면 약탈자였을까?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우리는 늘 우리가 천연자원이 없다는 점을 불평을 해왔지만,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였다라는 가정을 해본다면 과연 강대국으로 둘러쌓여 있는 틈바구니 속에서 국토가 온전히 보전될 수나 있었을 것인가! 아마도 이라크 꼴이 나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 본다.

두 도시국가를 더 없애려고 한다. 하나는 스텔스 폭격기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서, 또하나는 핵미사일 발사후 방사능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나를 시험해 보고자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