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투자자를 보는 두 가지 시선

난 전업투자자다. 말그대로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투자자의 범주에 속한다기 보다는 선물/옵션 트레이더로 분류할 수 있지만 투자자와 트레이더를 구분하는 것이 꽤나 모호할 뿐만 아니라, 난 ELS나 개별종목 선택시에는 기본적분석에 의한 투자도 하고 있으므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인 전업투자자라고 칭하더라도 그다지 업무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 듯하다. 작년 7월 중순부터 시작했으니 이제야 갓 1년이 조금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80%이상의 도전자들이 6개월안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곳임을 감안한다면 그래도 나는 잘도 살아 남았다.

주위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직업이 아닌데다가 얼핏 주식하다 망했다는 친척이 주위에 한두명은 있게 마련인데, 그래서 그런지 전업투자자에요라고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거나 위험하지 않아요?라고 되묻곤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업투자자를 보는 시선은 대략적으로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시선은 투자하다가 곧 취직자리 알아볼 사람이라는 것. 즉, 젊었을 때 한번쯤 빠져들곤 하는 대박의 꿈을 조금 적극적으로 쫓다가 결국에는 취직한다며 이력서 뿌리고 다닐 사람으로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 쓴맛을 본적이 있거나 주위에 그랬던 사람이 있었던 사람들의 시선이 보통 이렇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전업투자라는 것을 직업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면 아직 취직 안했어요?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곤 한다.

또 하나는 부러워 하는 시선이다. 내가 해왔던 일들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이 그렇고, 회사에서 꽤나 바쁘게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또 그렇다. 그들의 특징은 출근할 일도 없고 야근할 일도 없이 집에서 편하게 모니터나 쳐다보다가 3시만 되면 일이 끝나는 줄 안다. 하지만, 은행이 4시에 문을 닫아도 은행원이 4시에 퇴근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나도 선물옵션시장이 끝나는 3시 15분에 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모델에 허점이 발견되면 새벽을 꼬박 세어가며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직장 상사의 갈굼도 없으니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승리할 수는 없기에 손실을 기록한 날이 그 자체가 바로 스트레스다. 갈구는 상사는 없어도 시장이 나를 갈구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로서 일할 당시보다 삶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첫번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나를 꽤나 안타깝게 여기며, 일할 능력도 되면서 왜 자기돈 넣어가며 이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를 그저 백수로 취급한다. 대부분 그냥 신경 안쓰고 말그대로 쿨하게 넘기지만 때론 내가 해왔던 노력이 무시되는 것 같고 사회적 지위가 꽤나 하등한 B급 인간처럼 평가되는 것 같아 좌절하기도 한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있지 않은가!

두번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 일부는 언젠가 내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하곤 하는데, 나의 트레이딩 모델은 대박을 추구하는 모델이 아니며, 단지 조금씩 상승하는 수익률을 추구할 뿐이다. 실질적으로, 앞으로는 모델이 더 최적화 되고 레버리지가 올라갈 것이기에 수익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프리랜서로 일할 때의 약 75~80% 수준의 수익에 머물고 있다. 뭐 나에 대하여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추천종목을 소개해 달라고 하는 경우는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요즘은 누군가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그냥 예전 직업이기도 하였던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과정이기도 하니, 이것은 완전히 왜곡된 답변이 아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왜곡된 시선을 피할 수도 있고, 선물/옵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트레이더인 나에게 추천종목을 알려 달라는 요청도 피할 수 있으며 종합주가 지수가 올랐다며 한턱 내라고 하는 사람도 피할 수 있고 반대로 내렸다고 고소해 하는 사람도 피할 수 있다. 선물/옵션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가가 내려도 벌 수 있고, 올라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