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

이 영화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 Wallstreet: Money Never Sleep )이 1987년작 월스트리트의 후속작임을 알고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23년만에 만들어진 후속작이라 국내에서와는 달리 미국쪽에서는 꽤나 관심을 받으며 개봉을 한 것이 한달 전이고, 한국에서는 한달이나 지나서야 개봉을 하였다. 본격적으로 이와 관련한 일을 한지 1년이 약간 넘은 나로서는 꽤나 기다리고 있었던 영화였기에 그 한 달이 매우 길었으며, 혹시라도 한국에서 개봉안할까봐 조마조마 할 정도였다.

우선 전편을 보는 것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집에서 하루 전에 전편을 보았는데, 역시 전편을 보았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전편인 월스트리트는 역시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했고 똑같이 마이클 더글라스가 고든 게코역으로 나온다. 즉, 이 영화는 고든 게코의 컴백이 이야기의 중요한 기둥인 셈이다.

고든 게코는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명성있는 투자자로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성공을 거듭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 불법과 합법의 사이에서 단 한번의 비금융적인(?) 실수로 감옥에서 8년을 보내게 되고, 그래서, 후속작은 고든 게코가 감옥에서 8년여의 세월을 보낸 후 출옥하는 장면부터 시작이 된다.

전편과 후속편의 가장 큰 가시적인 차이점은 역시 PC 모니터에 있었다. 전편을 보면서 검은 화면에 녹색 글자가 커서와 함께 껌벅거리며 흐르는 장면이 수도없이 흘러 나오는데, 이 장면들을 보는 순간에는 피식했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연도를 생각해보니, "아,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수긍을 하게 된다. 1987년이면 5.25인치 디스켓들고 다니며 페르시아왕자 하던 때보다도 더 이른 시기 아니던가!

머니 네버 슬립

전편이야기는 이쯤하고 머니 네버 슬립 이야기로 돌아와서( 돌아오니 익숙한 LCD모니터로 도배되어 있다시피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번편의 주인공은 월스트리트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애널리스트(?) 제이콥 무어, 이 역을 트랜스포머의 그 샤이아 라보프가 맡았다. 로보트나 가지고 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이 녀석이 말쑥하게 정장을 입고 돈얘기를 하니 참 가소롭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는 다름 아닌 고든 게코의 딸 위니 게코( 캐리 멀리건 ). 위니에 의해서 고든 게코와 제이콥 무어가 만나게 된다.

제이콥은 에너지 섹터에 대한 회사들을 분석하는데, 특히나 대체에너지에 대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또한 그의 관심분야에 투자를 권유하여 회사를 곤혹스럽게 만들곤 한다. 영화에서는 퓨전 기술이라고 나오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핵융합 에너지를 이르는 듯하다. 태양열도 아니고 핵융합이라는... 꽤나 먼 미래에 대한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투자는 되고 있었지만, 문제는 200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즉, 영화는 고든게코가 1987년에 5년간 재판을 받고 8년의 복역기간을 거친 후, 닷컴 버블이 꺼지고 수년이 흐른 시점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이콥이 이 대체에너지라고 불리우는 투자를 계속하느냐, 계속할 수 없느냐가 갑자기 중요한 관건으로 등장하게 된다. 본편을 본 나로서는 고든 게코의 복수가 주요 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이외의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생각해보면, 고든 게코가 복수할 대상이 좀 애매해져 버렸다. 참고로, 본편에서는 블루스타항공을 파산시키려는 고든 게코와 살리려는 버드 폭스의 싸움이 주요한 주제였었고, 이 싸움의 파생적인 피해가 바로 고든 게코의 감옥행이었다. 고든 게코의 복수심은 버드 폭스보다는 자신에게 등돌린 월스트리트 자체를 향하고 있는 듯하다.

금융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업계 종사자로부터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금융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으면 일반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드라마에 변호사는 많이 나와도 회계사는 잘 안나오는 이유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후속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2007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원인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이 금융위기로 인하여 사람들은 이전에 몰랐던 여러 가지 금융기법들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일반인이 MBS, CDO, CDS같은 용어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종사자들과 일반인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것을 뜻하고 영화화하기 위한 가장 큰 난제가 풀릴 기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일반인들에게 흥미있게 다가오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또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우려해서인지 현실에 대한 수박겉핧기식 접근밖에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은 나에게는 2007년 금융위기로 쓰라린 손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드는 영화였고, 앞으로도 그 점을 조심하며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기도 하는 영화다. 펀드열풍을 감안하면 한국에도 이 영화를 보며 쓰라린 추억을 떠올리는 관객들이 적지는 않을 것 같다.

캐리 멀리건

위니 게코로 나오는 캐리 멀리건(Carey Muligan)은 주인공의 여자친구이기는 하지만 극중 비중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 하지만, 난 그녀가 나오는 씬마다 그녀의 앙증맞은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버렸다. 그녀가 주연한 영화를 모두 찾아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이다.

참고로, 그녀는 트랜스포머 가이 샤이아 라보프와 사귀다가 헤어진 상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