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의 승부사』 잭 슈웨거

촌스럽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이나 시뻘건 표지에 『타이밍의 승부사』라는 제목까지 붙여 놓았지만, 사실 이 책은 잭 슈웨거가 지은 『시장의 마법사들』이라는 책의 후속편 격으로 원제는 『The New Market Wizards』이다. 언제나 후속편의 운명이 그렇듯이 전편과 비교당하게 되고, 그 비교에 의하면 확실히 전편보다 훌륭하지 못하다. 물론, 전편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어떤 평가가 나올 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이미 『시장의 마법사들』를 읽은 나로서의 평가는 그냥 같은 부류의 책이라거나 전편의 재탕이라거나 하는 정도의 평밖에 나오지 않는다.

전편과 비교하여 데이트레이더나 옵션트레이더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이 독자로서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나름 재탕이라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듯, 잭 슈웨거의 인터뷰와는 별도로 역자에 의해서 한국인 트레이더에 대한 이야기가 추가되었는데, 그다지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은 없었다.

몇 가지 주목했던 단편적인 책의 내용을 언급하자면, 블랙잭을 하다가 영감을 얻어 트레이더가 되었다고 하는 블레어 헐(Blair Hull)이 말하길 실증적인 연구에 의하여 내제 변동성이 역사적 변동성보다 미래의 변동성을 예측하는데 유리하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좀 더 투기적인 거래가 많은 KOSPI200의 옵션시장은 어떨지 모르겠다.

유동성에 대한 기술적 분석으로 타이밍을 찾는 방법을 사용하는 펀드매니저 스탠리 드럭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의 화학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다른 업종과 달리 화학주는 공급측면에서 타이밍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언급은 한국의 실정에도 많이 적용이 된다고 생각된다. 물론, 요즘의 화학주들은 태양광이나 기타 2차전지 등쪽으로 사업 확장을 한지라 정확히 들어 맞지는 않겠지만, 전통적인 화학주의 경우 그의 의견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그는 또한 전쟁의 전후에 나타나는 주가의 방향 등에 대한 언급도 하였는데,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감안하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윌리엄 엑크하트(Willam Eckhardt)라는 트레이더도 주목해볼만 하다. 그는 수학자로서 박사 학위 논문을 쓰던 중에 거래에 뛰어들어 성공한 트레이더가 된 사람인데, 통계학적인 발상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는 트레이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은 정규분포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산을 갖는다고 한다. 즉, 시장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조금 더 비약하자면, 학계에서 거의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하여 틀렸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언제든지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이 시장 아니던가! 많은 트레이더가 그렇겠지만, 통계적인 자료를 통하여 시스템 트레이딩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그의 말을 다른 트레이더보다 더 비중있게 인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명망있는 트레이더인 리처드 데니스와도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이기도 하며, 그래서 동업을 하기도 하였다. 그의 인터뷰 내용 중 또 한가지를 언급하자면, 패턴을 너무 추구하면 어디에서든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다. 이 말은 특정 패턴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패턴이 아님에도 패턴처럼 과도하게 차트를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종종 내가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라 이 대목을 읽을 때는 약점을 제대로 찔린 기분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