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마침내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가 국내 극장에도 개봉을 하였다. 하지만, 개봉 첫날 극장을 찾은 수고로움에 비하면 이번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는 많이 처지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미 책을 통하여 내용을 알고 있는 관객들이 필연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생략된 수많은 내용을 감안한다 치더라도, 책을 읽을 때만큼의 스릴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 시리즈인 만큼 책을 읽을 때도 스케일의 광대함이 느껴졌기에, 영화제작시에는 2부작으로 나누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2부에 얼마나 멋진 장면들을 보여줄려고 꽁꽁 숨기고 있는지 1부는 꽤나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물론, 너무나 잘 자라준 엠마 왓슨이 더욱 똑똑해 졌으면서도 이제는 사랑도 할 줄 아는 헤르미온느 역할을 잘 소화했고, 다니엘 래드클리프 역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해리포터를 잘 연기해 주었다. 다만,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꽤나 축소되어 있는 모습인데, 워낙에 해리, 헤르미온느, 론 셋이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가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안겨준 이유도 바로 이런 로드무비적인 느슨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4차원소녀 루나 러브굿의 비중이 좀 커질 줄 알았는데, 생략된 많은 이야기의 희생양이 된 듯 하다.

영화를 떠나서 해리포터라는 소설에 묻어 있는 여러 가지 갈등 중에 단연 주요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마법사와 머글간의 갈등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현실 세계에서의 인종갈등을 비유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마법사와 머글, 그리고 도깨비, 집요정 등의 제3 종족들이 갈등을 겪으며 점차 타협점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를 통하여 흐르고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지나치게 "이름을 불러서는 안되는 그 사람"과 해리포터의 대결양상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 이야기가 단순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흥행을 위해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재미있게라도 만들던가! 이번 시리즈는 아직 1부만 보았지만 참 불만족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