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필요성(?)

사람의 피부에는 감각점(sensory spot)이라는 것이 분포되어 있다. 크게 다섯가지 종류의 감각점이 있는데, 냉점, 온점, 압점, 통점, 촉각점이 그것이고, 이들은 때로 강한 고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주 뜨거운 물에 손가락을 담그면 이 온점들에 의하여 고통을 느끼게 된다. 만약 이런 온점이 없다면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계속 뜨거운 물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다간 손가락의 피부가 더 심한 화상을 입게 될 것이다. 즉,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지금의 상황이 위험하니 벗어나라는 신호인 것이다. 확실하게, 고통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상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들로부터 격리되거나 고립되어 있으면 위험하니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만나라는, 그런 신호일 수도 있다. 즉, 우리몸 어딘가에는 "고독점"같은 것이 분포되어 있어서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졌을 경우 외로움이라는 감정상태로 우리를 괴롭히며 강력한 신호로서 위험함을 경고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