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9년만에 만기상환하다

9년전에 받았던 학자금대출이 드디어 만기가 다 되어 모두 상환했다. 이미 한 달 전에 만기안내문을 받았기에 끝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내 월요일자로 시티은행에서 대출받은 한 학기분과 국민은행에서 대출받은 한 학기분의 상환이 끝난 것이다.

요즘은 성적우수자가 아니면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던데, 내가 학교를 다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선착순이긴 하지만 원하면 다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당시에 금융에 대해 지금만큼의 지식만 있었다면, 고작 4%후반에서 5%초반에 머무른 이자만 감안하더라도 8학기분을 모두 대출로 처리하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빚은 무조건 나쁜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이렇게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은 신경쓰이고 짜증나는 일이라 중간에 잔금을 그냥 다 갚아버릴까 생각해버린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학생때야 몇 백만원이 큰 돈일 수 있지만 직장을 몇 년 다니면 몇 백만원정도는 그냥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에 매달 이자와 함께 뜯겨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제거하고픈 유혹은 생각보다 컸다. 그럼에도 이성적으로 그냥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참은 것이다.

중도상환 유혹을 뿌리친 나에게 칭찬을 마구마구 해주고 싶은 날이다. 물론, 돈이 통장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현실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