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영화관에 들르기 몇 시간전에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tman)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소식을 들은 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대체적으로 나의 영화 취향은 상받은 영화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상이나 감독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 했다.

영화를 다 본 후에 느꼈던 전반적인 감정은 예상밖으로 공포였는데, 무서운 영화를 잘 못보기도 하거니와 전혀 공포영화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극장에 들어 갔기 때문에 더욱 공포스러웠던 것 같다. 영화 중반쯤에는 극장을 빨리 나와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특별히 귀신이나 좀비따위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도 극도의 공포감을 선사했다.

내가 느꼈던 공포의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로 배우들의 얼굴을 불편할 정도로 클로즈업된 상태로 보여 준다. 일정한 거리감이 없이 지나치게 클로즈업된 배우들을 맞이하는 관객은 애초부터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갖을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나탈리 포트만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불안한 심리상태를 정말 제대로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그녀가 이번 2011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진 것은 결코 어떠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로 망상속에 사로잡힌 발레리나의 심리상태를 적절히 표현한 연출력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관객은 여왕 백조역을 맡고 힘들어하는 니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래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그녀의 망상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이것이 공포의 본질로서 작용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섞여저 관객들에게 영문도 모르는 공포를 제공한다.

참 괜찮은 영화다. 물론, 충분히 무서워서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무서운 이유가 영화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