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매우 파격적인 제목만큼이나 구매의욕을 끌어당긴 이 책은 (결혼한) 중년 남성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직 30대 초반밖에 되지 않은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상황에서 결혼이 과연 나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즉, 남자에게 있어서 결혼을 하는 것이 행복한가, 그렇지 않은 것이 더 행복한가에 대한 답을 알고 싶었다.

먼저, 남자의 전형적인 일생을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대 후반에 갓 입사해서 30대 초반쯤에 결혼을 하고 50대 중후반에 은퇴를 하게 되는 사회생활을 기준으로 볼 때, 아마도 가장 행복한 시간은 20대 후반에서 결혼을 하기 전인 30대 초반이 아닐까 한다. 원래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결혼 이후의 삶은 꽤나 팍팍해진다. 집을 사기 위해서 돈을 모아야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 양육을 위해 또 돈을 모아야 하며, 아이들이 대학을 갈 시기가 되면 또 돈이 필요하고, 아이들이 결혼을 할 때 즈음해서 또 큰 돈이 들어 간다. 이 돈을 남자들이 뼈빠지게 일해서 벌어야 한다. 맞벌이가 대세가 되고 있는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여자는 거들뿐 의무는 남자들의 몫이다.

나의 결혼관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은 바로 이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결혼을 해서 얻는 기쁨,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과연 위와 같은 엄청난 경제적 의무에 합당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음으로 해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은 과연 얼마나 클 것인가! 과연 위에서 나열한 이유로 들어가는 돈을 나 자신을 위해서 쓴다면 엄청나게 행복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들을 가지면서 과연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 상황에서 이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눈에 띤 것이다.

자신을 문화심리학자라고 소개하는 저자 김정운 교수는 결혼한 남자가 불행해지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사회적 지위라는 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사회적 지위로 인하여 얻어지는 세상의 관심과 이로인한 만족감은 사실 상 거짓된 행복이고, 은퇴이후에 사회적 지위와 함께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이러한 인간관계 등이 남자의 불행을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결혼생활에 초중반에 대한 행복만을 고려했는데, 저자는 이미 은퇴 후의 삶까지 고려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행복을 하기 위해서 사회적 지위나 직장 생활 이외에 취미생활을 유지할 것을 조언하는데, 문제는 사실,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취미까지 갖는 것은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잔혹하기까지한 국내 현실에서 쉽지 않다라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개인의 생활은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 아니던가!

저자는 은퇴 후의 생활에 있어서 점점 외로워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남자는 회사에만 매진한 것이 미안하여 은퇴 후에는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반면에, 직장에게 남편을 빼앗겨 버린 아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따라서 혼자 행복해지는 방법을 서서히 터득하게 된다. 결국, 은퇴후에 남자는 아내와의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지만, 정작 아내는 이제 남편을 같이 있으면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상황은 현재 나의 부모님에게 정말 딱 들어 맞는 설명이어서 쇼크를 받았다. 우리집 또한 아버지가 더 이상 꼭 돈을 벌 필요는 없지만, 돈을 벌러 나가시고 어머니도 이것을 좋아 하신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도 내가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 확고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꽤나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즉, 내 역량의 50%~60%만을 생계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하고 나머지는 행복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혼은 형이상학적인 높은 수준의 행복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댓가가 따른다. 그렇다면, 너무 무능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역량의 100%를 써도 모자라는 나는 결혼이라는 욕심을 접고 소박한 행복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