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과 개발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처음 전업투자자로서 트레이딩을 시작했을 때 목표로 했던 것이 시스템트레이딩이었다. 쉽게 말해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API와 통신하는 나의 전용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만들고, 트레이딩 전략을 적용시켜 자동매매를 하는 것을 지향했다는 뜻이다.

전업투자를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넘어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의 상황은 시작할 때 꿈꿨던 그런 상황은 아니다. 지금쯤이면 모든 것이 정상황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트레이딩 전략들은 상당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었기에 계좌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며 결함을 워낙에 자주 고치다보니 전략 수정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루어진다. 자동화를 시킬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트레이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은 아직 수도코드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의 프로그램 개발능력도 숙련도 측면에서 계속 퇴화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비주얼스튜디오 켜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상황이니 코딩속도가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것이고, 개발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꾸준하게 배경지식이나 관련 지식을 찾아보며 신기술 습득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개발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다보니 말그대로 자기개발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개발부분을 아웃소싱하는 것까지 고려를 해보았지만 전략노출의 위험성이 다분하고, 월정액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TS를 사용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

틈틈이 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9시에 시작해서 3시 15분에 끝나고 정산하고 리뷰까지 해도 4시면 충분하며, 종종 전략 수정을 위해서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필요할 때는 밤을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분명 주5일중에 20시간 정도는 프로그래밍에 투자할 여건이 된다. 문제는 내가 개발 자체에 점점 열정을 잃어 간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C나 C#같은 컴퓨터 언어가 아니라 영어나 스페인어, 중국어 같은 자연언어이다. 실제로, 여유가 되는 그 주5일 20시간정도 중에서 10시간 정도는 직간접적으로 영어 스터디를 위해서 사용된다. 나머지 10시간마저 다른 언어를 공부하려는 쪽으로 분배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이 상황에서 프로그래밍을 과연 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나 프로그래밍은 열정이 사라지면 결코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다. 투자 시스템을 완성하면 더이상 9시부터 15시까지 장을 주시할 필요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워 진다. 문제는 두 가지인데, 아직 수수료 무료 이벤트 기간이라 지속적으로 사용할 증권사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이 떨어져 있다는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수료 이벤트가 마감될 때까지 프로그래밍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내일부터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관련지식 습득이나 여러 가지 예제를 만들어 봐야겠다. WPF에 능숙하지 못하니 책이나 한 권 사는 것으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보련다. 하루 24시간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12시간일 수도 있고 48시간일 수도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