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를 장착하다, S470

이미 난 얼리어댑터 놀이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SSD가 얼리어댑터들만의 전유물이라고 하기에는 나름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고, 특유의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해당 기업의 SSD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희환이의 도움을 받아, 이제는 국민 SSD라고 불리우는 삼성 S470 시리즈 중 가장 적은 용량의 64GB버전을 구입하게 되었다.

희환이는 속도측면에서 월등하다며 128GB를 강력히 추천하였지만, 아직은 데이터용으로 사용할 만큼 SSD에 대한 신뢰성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데이터 저장용으로 사용할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큰 용량의 SSD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입문용이라는 생각으로 기존 계획대로 64GB를 구입하였다.

원래 사무실을 장만하여 나갈 생각으로 새로운 PC부품 중 하나로 구매한 것이지만, 급작스러운 트레이딩 실적악화로 인하여 사무실 장만의 꿈이 더 미뤄지게 됨으로 인하여 자연히 PC구입도 미뤄지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이미 구입한 SSD를 기존 PC에 장착하게 된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PC는 AMD 시스템이고 southbridge 칩도 SSD 속도 안나오기로 유명한 SB700계열의 785G 칩셋인지라 성능상의 극대화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한 면이 있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원래 이 SSD는 이 시스템에 설치하려던 게 아니었다.

기존에 윈도우7이 설치되어 있던 HDD는 웨스턴디지털의 640GB제품인 WD6400AAKS로 나름 속도와 안정성 모두 인정을 받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S470에 윈도우를 설치해본 결과 기존 HDD와 비교하여 명확한 속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의 차이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신세계를 경험한다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고, 약 25%정도의 향상이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윈도우 설치속도가 다소 줄어 들었으며, 로딩시간 오래걸리기로 악명높은 포토샵의 로딩시간이 약 7초에서 5초정도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펙상으로는 속도차이가 두 배이상 나야 하지만, 실제 체감속도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세 가지 정도로 추측할 수 있는데, 첫째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나의 시스템이 SSD 성능을 극대화하는데 그다지 훌륭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 그것이고, 두번째는 Super Fetch나 Window Search 등을 비롯한 윈도우 자체의 훌륭한 캐쉬관리 능력때문이다. 이런 기능은 사용자의 프로그램 사용패턴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미리 HDD를 읽어서 메모리에 저장하여 HDD 엑세스를 최소화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개인적인 노력이 있었다. 난 HDD의 병목현상 해결을 위하여 램디스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HDD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HDD 엑세스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SSD를 사용하면서도 병행할 수 있는 팁이다.

결론적으로, 가격대비 용량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한 SSD인데다가 속도의 측면에서도 월등한 향상은 아니기에 다소 실망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희환이의 추천대로 128GB를 사용한다던지, southbridge 칩셋 성능이 뛰어난 시스템에서 사용을 한다면 좀 더 큰 만족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으로서의 결론은 이러하다. 그런데 SSD가 나를 만족시킨 다른 이유가 있다.

내 시스템은 슬림형 미니케이스(LP아님)에다가 M-ATX 파워, M-ATX보드를 끼워 넣었으면서도 HDD는 세 개가 무식하게 장착되어 있는데, SSD를 설치하면서 전원 케이블이 모자란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인하여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가장 용량이 작은 HDD 하나를 제거하고 SSD를 설치하였다. 이로 인하여 월등히 향상된 것이 바로 소음감소이다. 비교적 오래된 이 웨스턴 디지털의 120GB HDD는 속도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꽤나 시끄러운 공회전과 진동을 유발했다는 것을 시스템에서 제거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물론, 공간상의 문제로 인하여 케이스에 완벽히 고정시켜 놓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예전부터 가장 빠른 HDD에 윈도우를 설치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온 것은 그만큼 윈도우를 설치한 HDD가 가장 많은 엑세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엑세스가 많은 HDD가 SSD로 대체됨으로서 얻어지는 소음감소는 정말 괄목할만 하다. 게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소음감소요인이 있었는데, 바로 PC전체의 온도가 내려간 것이다. HDD가 생각보다 많은 열을 내뿜는 장치라 이런 장치하나가 사라짐으로 인하여 시스템의 온도가 약 2도정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었고, 이로 인하여, CPU팬과 VGA팬이 낮은 RPM으로 운용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상황에서는 꽤나 조용하다.

24시간 PC를 켜놓고 사는 나이기에 PC의 소음감소를 위하여 정말 많은 방면으로 시간과 돈을 들였고, 그래서 소음감소가 SSD를 설치하면서 가장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장점이다.

종합해보면, 강력히 추천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입장이다. 속도라는 측면에서 명확한 향상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HDD가 용량이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월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속도차이가 기대이하라고는 하지만, 역으로 다음에 HDD에 윈도우를 설치한다면 분명 답답함이 느껴질 것이다. 급하게 SSD 시스템으로 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최소한, 오래된 구형 PC에 SSD를 설치하여 성능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말리고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