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혹성탈출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타난 영화는 꽤나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이 시리즈물로 묶이던, 새로운 시리즈로 분리되건 인류의 멸망과 함께 유인원들의 세상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는 꽤나 매혹적인 듯하다.

이번 2011년에 발표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또한 기존 시리즈와는 선을 그으면서도 많은 장면에서 옛 영화들을 회상케 한다. 옛영화들과의 비교와는 무관하게, 난 2011년의 혹성탈출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원숭이에게 감정이입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렇게 되었다.

어떻게 유인원이 인류의 자리를 대체할 만큼의 지능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제시가 이번 편의 목적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치매치료제 임상실험 과정에서 유인원에게만 효과가 있는 약이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한 유인원에게 사용되어 짐으로 인하여 발단이 된다. 결국은 인간의 동정심과 오만함이 결합된 실수라고 결론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똑똑해진 한 유인원의 정체성 찾아가기가 관객들에게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 인간의 표정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해버린 모션 캡쳐 기술과 이 분야에서 가장 유능한 배우인 앤디 서키스의 재능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중 똑똑해진 유인원 시저의 표정은 인간의 그것 이상으로 정교하면서도 풍부한 감정을 표출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