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조각전? @가회 카페 & 갤러리 with 민웅

일요일 오후, 여전히 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민웅이형에게 전화가 왔다. 느닷없이 전시회에 가자는 것이었다. 정신 좀 차리고 다시 전화한다고 끊고, 정신을 아직 못차린 채 10분 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서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가게된 지구 조각전!

가회갤러리라는 곳은 다음지도에서 찾아도 나오지 않는 곳이었고, 정말 작은 미술관인가보다하고 생각하며 안국역에 도착하여 민웅이형과 만났다. 만나서 가도 되긴 한데, 민웅이형은 1호선 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지라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안국역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 가야 했다. 감사원근처에 도착하여 민웅이형이 전화를 하여 알아본 결과 다시 조금 내려오면 빨간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단다.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갤러리 또는 미술관은 아니었다. 그냥 카페에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것에 가까웠다. 우리로서는 갤러리 입장료는 얼마냐 차값이 포함되어 있냐 등의 질문을 했는데, 카페입장에서는 좀 어이없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그냥 카페인데 갤러리도 겸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안국역까지 내려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올라오는 삽질을 하며 다시 가회 갤러리를 방문하였고, 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모두 관람하고 말았다. 민웅이형 말로는 인터넷에서 보았던 이미지는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에 비하여 실제 사진들이 더 별로라고 했다. 인쇄가 좀 잘못된 듯하다는 평과 함께...

원래 우리의 목적은 지구 조각전 관람이었지만, 그냥 민웅이형과의 조촐한 간담회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카페 분위기는 괜찮았다. 갤러리라 하기에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카페라고 하기엔 매우 괜찮은 공간이었고, 테이블도 드문드문 있었으며, 사실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때문인지 몰라도 기분 좋은 호젓함이 느껴지는 카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일부러 안국역에서 마을버스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카페가 사람들로 가득차 있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래서 갤러리를 겸한 카페라는 프로모션을 밀어 붙이고 있는 지도 몰랐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