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원작 소설을 읽은 후에 보는 영화는 그만큼 기대가 큰 법이고, 따라서 영화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헝거게임 만큼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세상이 스크린에 펼쳐지고 있었다. 즉, 원작소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적절히 압축하여 2시간 내외의 영상으로 뽑아 냈다는 뜻이다. 이 적절한 압축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에 몰입하여 흥미진진한 스릴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아마도 이러한 결과는 원작자인 수잔 콜린스가 시나리오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식민지 비스무레한 개념의 12개의 구역에서 두명씩 뽑아 서바이벌 게임을 시키는 내용, 얼마나 소름끼칠 정도로 흥미진진한 소재인가! 물론 픽션이라는 가정하에...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때문에 이전에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배틀로얄이라는 영화와도 많이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스크린에 표현되는 느낌은 꽤나 다르다. 배틀로얄이 피튀기는 전투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인디영화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헝거게임은 아무래도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틴에이지 영화를 표방하며 블록버스터의 느낌이 강하다.

소설을 읽을 때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소설을 읽었을 때는 주인공인 캣니스의 관점인 듯한 느낌이었고, 영화를 볼 때는 캐피톨에 사는 여느 리어리티쇼 시청자들 중 한명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몰입감은 전자가 우위에 있지만 영화를 위해서는 후자의 느낌도 나쁘지 않은 것같다. 어쩌면 내가 이미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좀 더 관찰자적인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일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2012년에 개봉한 많은 영화가 있었고, 그 중에서는 돈을 꽤나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들이 많았지만, 나로서는 헝거게임이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영화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