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우리는 종종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따위의 좀 한심한 궁금증을 갖게 되고, 그들끼리 싸움을 붙여 보고 싶다는 한심한 상상을 하곤 한다. 상상은 쉽지만 정말 그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으며, 어쩌면 결코 이뤄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 비슷한 상황이 영화로 만들어 졌다. 물론,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은 등장하지 않지만...

마블 코믹스의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블 코믹스 시리즈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여 외계인과 전쟁을 벌인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어벤져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소 늦게 예매를 해서 C열에 앉아 목이 부러질 것같은 고통을 참기는 했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영웅들 중 내가 아는 영웅들은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헐크/배너박사(마크 러팔로) 이렇게 절반뿐이었다. 아이언맨 시리즈와 헐크 시리즈도 본 적이 없지만 워낙에 유명한 시리즈라 알게된 것일 뿐이었다. 캡틴 어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모두 모르는 캐릭터. 아마도 모든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더욱 이 영화에 빠져들 것이지만, 시리즈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이다. 엄청난 스펙타클, 그리고 심심하다 싶으면 튀어나오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말장난은 14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가득 채워 준다. 종종 이것이 액션 영화인지 코메디 영화인지 햇갈릴 정도다.

어벤져스는 지구에 위협이 될만한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영웅들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프로젝트로, 실질적으로 그들이 싸울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개성이 강한 각 영웅들이 모였기에 자연스럽게 힘겨우기 형식으로 미니 전투가 벌어진다.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이걸 아니까 영화를 만들었겠지만... ㅎㅎㅎ

악역은 영화 토르에서 토르의 동생으로 등장하는 로키(톰 히들스턴)가 맡았다. 외계 종족과 손잡고 지구를 습격하는 선봉장이 되어 어벤져스와 대결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벤져스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완전히 다구리(?)를 당하곤 한다. 불쌍한 사슴양반 ㅋㅋㅋ

별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스펙타클이라고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엉망진창 영화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나름의 인과관계를 잘 엮어 꽤나 괜찮은 영화가 탄생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