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부 사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지난 달에 예술의전당 스케줄을 확인하다가 마크 리부( Marc Riboud ) 사진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유명한 사진이나 사진작가에 대하여 문외한에 가까웠기 때문에 사진전을 관람하기 전에 사전 조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너무도 유명하여 나조차 알고 있는 작품인 워싱턴에서 있었던 베트남 반전시위의 "꽃을 든 여인"이 바로 마크 리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때는 정말 창피하여 혼자 있는데도 얼굴이 붉어 진다.

매번 다이어리에 전시회 일정을 적어 놓고도 미루고 미루다 결국 놓쳐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이제는 전시회 첫날에 방문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마치 영화 개봉하는 날 영화를 보겠다는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그 원칙을 실행한 첫번째 전시회가 바로 마크 리부 사진전이었다.

전시회 첫날이라 관람객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대체적으로 한산한 편이었고, 그래서 다른 관람객에에 떠밀리듯 다음 사진으로 넘어 가는 일 없이 여유있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첫날 관람 원칙을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겠다. 막바지에 이르면 정말 피곤한 관람이 된다는 것을 수차례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의 메인 사진은 "에펠탑의 페인트공"인 듯하다. 이를 집중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었다. 시대적으로 반전 시위를 주제로한 "꽃을 든 여인"보다는 "에펠탑의 페인트 공"이 유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진에 내포된 또는 작가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에펠탑이지 않은가!

난 파리 여행을 한 적이 있고, 에펠탑을 밤에도 봤고 낮에도 봤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에펠탑을 매우 미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꽤나 만족스러웠던 전시회라고 할 수 있었다. "에펠탑의 페인트공"을 비롯해서 많은 에펠탑의 사진들이 에펠탑을 매우 근접해서 더나아가 에펠탑 구조물들을 매우 미시적으로 사진에 담고 있었다. 또한, 에펠탑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파리의 전경들은 다시금 파리여행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게 해준다.

반면에 중국관련 사진들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나의 관심도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사진 자체에서 오는 특별한 임펙트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예로 중국 지도자들의 침실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특별히 어떤 감흥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이것저것 사진에 대한 명분(?)을 설명하고 있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다.

전시회를 나름대로 결론지어 보자면, 뭔가 저널리즘 카테고리에 적합한 사진이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진 보다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사실, 미술전에 비해서 사진전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꽤나 유익한 전시회였다.

"에펠탑의 페인트공"을 배경으로
이번 사진전에서는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나, 출구 근처에서는 이와 같은 포토존을 만들어서 관람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 있었다. 출구쪽에 요원(?)들은 본의 아니게 관람객들의 사진 촬영에 협조하고 있었다. 나도 한 컷!
"꽃을 든 여인"을 배경으로
역시 유명한 사진이라 배경삼아 한 컷 남겼다. 위에서와는 다른 요원(?)의 도움을 받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