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최근 헐리우드에는 동화 리메이크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림동화가 TV시리즈로 제작되더니 백설공주가 스크린에 벌써 두 개나 걸렸다. 내가 선택한 백설공주는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가 왕비로 나온 "백설공주"가 아니라 샤를리스 테론(Charlize Theron)이 왕비로 나온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었다.

한국어 작명이 "백설공주와 사냥꾼"정도가 아니라 영어 독음을 그대로 차용한 이유는 아마도 두 가지 측면에서 추측할 수 있는데, 첫째는 이미 같은 소재를 다룬 "백설공주"가 개봉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겠고, 또하나는 동화가 주는 어린이용 영화라는 관객들의 편견을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왕비는 샤를리스 테론이 맡아 특유의 우아함을 거침없이 뽐내 주었다. 사실, 나이가 자꾸 들어서 그렇지 백설공주보다 왕비가 훨씬 아름다웠다. 그래서, 누가 주인공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이었고, 차라리 백설공주의 심장을 빼앗아 왕비가 영원히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물론, 백설공주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wewart)가 예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녀 또한 매우 매력적이었다. 다만, 그녀가 출연했던 전작에서의 캐릭터가 너무나 특색있어서 영화 몰입에 방해를 줄 지경이었다. 그녀가 웃으면 갑자기 송곳니가 튀어나올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는 정말 뱀파이어같이 생겼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톤, 엘프같은 귀모양...

같은 측면에서 헌츠맨역의 크리스 햄스워스(Chris Hemsworth) 역시, 전작에서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특색있었기에, 자꾸 묠니르가 날아와 그의 손에 잡힐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해보면 내가 백설공주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인지, 토르가 뱀파이어 구하는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으며, 이것이 미스캐스팅이라고 말하기는 지나친 감이 있지만, 그들로 인하여 영화의 몰입도가 다소 떨어 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주위에 추천해줄 생각은 없지만, 난 동화 리메이크작들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류의 영화가 자주 등장했으면 좋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