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라이즈

뭔가 아동물 같았던 배트맨 시리즈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손에 의해서 꽤나 진지하고 철학적인 시리즈로 자리잡은 지도 벌써 7년전 일이다. 기존 배트맨의 프리퀄 성격으로 등장한 배트맨 비긴즈부터 기존 시리즈와 겹치는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자연스레 리붓 작품이 된 다크나이트, 그리고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드디어 개봉을 하였다. 배트맨의 팬이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팬이든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기다려온 사람들은 꽤나 많다.

배트맨 시리즈를 꽤나 좋아했던 나로서는 물론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 또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오락물의 성격을 띄면서도 이렇게 진지함으로써 감동을 주는 영화는 극히 드문 편인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이것을 해냈다. 다만,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 최고냐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관객들마다 답이 다소 갈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리즈 중에서 최고냐라는 질문을 좀 더 노골적으로 한다면 전편인 다크나이트보다 좋았느냐가 될 텐데, 과연 그럴까?

조커라는 희대의 악당은 악당임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에 반하여, 베인이나 그가 도운 그녀가 과연 이에 필적하는 상대인가에 대해서는 역시 아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고담시와 배트맨의 관계로만 말하자면,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전편인 다크나이트의 설거지라는 폄하도 가능하다. 배트맨이 아무리 숭고한 선택을 했을 지라도 왠지 모르게 자업자득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소 긴 러닝타임은 배트맨이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팬이 아니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웅물을 기대하고 간 관객이라면 생각보다 복잡미묘한 사건 전개도 그렇거니와 철학적인 정의란 무엇인가 따위의 생각을 요구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배트맨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번편에서는 인셉션에서 활약을 했던 배우들이 다수 캐스팅 되어서 어떤 이들은 인셉션의 향기를 느꼈다고도 한다. 난 특히 마리옹 꼬띠아르(Marion Cotillard)가 인상적이었는데, 인셉션에서도 그다지 많은 씬에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나름의 매력을 뿜어 냈는데,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보다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다. 나이가 있음에도 난 이언니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오히려 앤 헤서웨이보다 돋보인 느낌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