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프로모션 영상을 봤을 때 드는 느낌은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이었는데, 막상 볼 때는 왠지 범죄의 재구성이 연상되었다. 분명한 사실은 오션스일레븐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는 것!

마카오의 카지노가 주요 배경이긴 하지만, 카지노를 터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의 고객 중 한 사람을 터는 것이 오션스일레븐과는 다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훔치는 명분이라고 할까? 이것이 꽤 명확한 편이다. 단지 돈이 목적이 아니라 복수가 목적이라는 점이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오션스일레븐을 그다지 재미있게 본 것이 아니라 별로 기대를 안했음에도 극장을 찾은 것은 아무래도 화려한 캐스팅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화려한 캐스팅 속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마카오박(김윤석)이었고, 다른 배우들이 점유한 씬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카오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전지현의 연기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은 매우 좁은 영역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물론, 여러 번의 다른 시도가 있었지만, 그녀가 경쟁력을 가진 장르는 딱 엽기적인 그녀같은 스타일이다.

순식간에 스타가 되어 버린 김수현의 인기는 극장에서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가 작전과는 달리 남자와 키스를 하게된 순간 극장 여기저기서 절박함이 묻어 나는 여성 관객들의 비명소리가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 남자로서는 왜 그가 유달리 그런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