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아직 안철수씨의 대선출마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책의 출간 시기는 대선을 앞두고 홍보차원에서 대선 주자들이 책을 내는 것과 매우 유사한 타이밍이다. 예전에 고 정주영씨가 낸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가 좋은 예이다.

박근혜씨의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철수씨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그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기가 힘들다.

책의 내용은 국정운영에 대한 안철수씨의 성향/철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고 있으며, 평소의 이미지와 같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기술되어 있다. 말그대로 전반적인 소개이기에 특정 분야에 대한 장황하고 상세한 이야기가 없다. 그것이 내가 이 책에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어 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냥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 목적이라면 다른 책들이 더 있었을 텐데 그냥 베스트셀러라는 이유에 쓸려 버린 것같다.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책의 분량은 300쪽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글자는 엄청나게 크고 책값은 13,000원이나 한다. 평소 그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e북으로는 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분량으로 과연 안철수의 생각을 알 수 있을까?

내가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과세관련 부분이었는데, 법인세에 대해서는 세율이나 세율 구간조정보다는 감면제도를 축소하여 실효세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거래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찬성하는 편이었다. 파생상품거래세에 대하여도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고 토빈세 역시 지지하고 있었다. 다만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단계적 도입의 필요성 또한 제시했다. 대체적으로 무난함을 벗어나지 않았다. 즉, 과세측면에서 보수/진보를 나누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요즘은 보수진영에서도 세금 걷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