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톰멜로우 카드홀더, 본의 아니게 와인색

바지를 점점 슬림하게 입는 추세이고 나는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난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가 아니라 앞주머니에 넣는 경향이 있어 지갑을 넣어서 툭 튀어 나온 모습이 적지 않게 보기가 좋지 않았다. 몇 해 전부터는 머니클립과 카드홀더 병용으로 바꾸었으나 이마저도 돌출현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세운 계획이 지갑과 머니클립은 가방에 넣고 주머니엔 카드홀더만 넣고 다니는 것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카드홀더가 있었으나 플라스틱으로 되어 그다지 품위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오랜 사용으로 인하여 헐어서 찢어질 정도에 이르렀기에 새로운 카드홀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차에 인터넷에서 최근 꽤나 호평받고 있는 카드홀더를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커스텀멜로우 카드홀더였다. 커스텀멜로우는 지난 달이던가 동권이형이 추천하여 수트를 살 때 처음 접해 보았던 브랜드인데 여러 모로 인기가 상승하는 브랜드인 듯하다.

내가 기대했던 색은 월넛이었고, 커스텀멜로우 공식사이트에서나 구매사이트에서나 분명 월넛색이었는데 받아본 것은 와인색이었다. 제품명뒤에 WI라고 씌여 있었으나, 난 그것이 wine을 뜻하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그냥 Walnut I*의 약자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지갑으로는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색상이라 다소 어색함이 있었으나 교환하기도 귀찮거니와 몇 분동안 이리저리 쳐다보니 그렇게 나빠 보이지도 않아서 그냥 사용하기로 하였다.

색상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플라스틱 카드홀더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품위있어 보이는 데다가, 기존것보다 다소 넓이가 커서 그런지 카드 세 장정도를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난 지하철정기권, 고객사출입증, 그리고 종이로된 스터디 정기권을 끼워 넣었다. 바지에 넣고 다닐 목적으로 달려 있는 긴 줄은 분리하여 따로 보관해 두었다. 여자들은 회사출입증같은 걸 목걸이같이 만들어 걸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난 별로라서... 분리된 줄이 있었던 구멍은 현관 도어키를 걸어 놓았다. 그래서 각종 패스는 다 이것으로 해결된 셈이다.

이제 내 나이에 가지고 다니기엔 적절치 않은 팬시지갑과 이제는 사용목적을 잃어 버린 머니클립을 대신할 장지갑을 하나 주문해야 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