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생긴 것 답지 않게 난 영화를 보면서 잘 우는 편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슬픈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 나갈 때 쪽팔리니까. ㅋㅋ 그런데,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이렇게 감정에 복받쳐 울면서 영화를 보게될 줄은 정말 몰랐다.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라 내용도 알고 있으려니와 그 이야기가 딱히 억장 무너지도록 감성을 자극하지도 않으리라 생각했으며 (뮤지컬 영화가 대부분 흥겨웠기에) 이제까지 뮤지컬 영화를 보면서 울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예상한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난 참 많이 울었다. 특정 부분에서 울었다기 보다는 그냥 계속 울었다.

인간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그다지 효용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왜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슬픈 일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같다. 물론, 이러한 색다른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감수성이 반감되어 버려, 보다가 졸았다느니 지루해서 중간에 나갔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보는 내내 쭈욱 울면서 봤지만 그래도 포인트를 찾아 보자면, 판틴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 코제트가 마리우스와 첫눈에 반해버려 장발장이 양아버지로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과정, 혁명의 날이 다가옴과 동시에 그들의 인연이 점점 희미해지 과정, 자베르 형사가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생을 마감하는 장면, 정부군의 캐논앞에 당당히 나가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 짝사랑을 하는 댓가로 좋은 일만 하다가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며 생을 마감한 에포닌,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떠나는 장발장의 희생과 결말, 장발장이 죽음과 함께 꿈꿔왔던 프랑스의 혁명 장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약한 것임에도 참 다양한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다. 어떻게 이 내용을 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에 품어 냈는지 감독인 톰 후퍼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배우들의 연기력과 노래 또한 훌륭했다. 물론, 일부 배우들의 가창력이나 익숙치 않은 장르로 인한 연기력 저하를 지적하는 관객들도 있을 법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확 깨버리는 정도는 결코 아니었으며, 폭풍같이 몰아치는 감동 속에서 이러한 결점은 모두 덮혀질 수 있을 것같다.

이 영화가 재미없었다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익숙해 지고난 후, 다시 한 번 감상해보길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아마도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에서 이제까지 이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준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영화를 본 이후에는 어디선가 레미제라블에서 들었던 노래만 흘러나와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