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제목에서 의미하는 총, 균, 쇠는 말 그대로 무기로써의 총(guns), 병균(Germs), 금속중 하나인 쇠(Steel)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이 인류의 문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더 나아가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바꿔 놓았는가를 논하는 것이 바로 『총, 균, 쇠』이다. 이미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제3의 침팬지』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나로서는 『총, 균, 쇠』가 그와의 첫번째 만남인지라 순전히 인터넷에서 여러번 오르내렸다는 이유로 첫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먼저 결론부터 내리자면,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를 통하여 하고자 하는 말, 그리고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을 꼽자면 바로, "인종간의 능력은 차이가 없다."라는 것이다. 즉, 어떤 인종은 아직도 수렵/채집를 하며 미개(?)하게 살아 가며, 어떤 인종은 고도화된 문명 사회를 영위해 나가는 것은 그저 지구내에서 각기 달랐던 환경적인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자면, 흔히들 유태인이나 게르만 민족이 똑똑하다느니, 동남아시아인들이 게으르다느니 하는 것은 인종간의 우열이 아니라 그저 환경적인 요소가 그렇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미 이 입장을 밝혔으나, 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워낙에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지금과 같이 리뷰를 하는 것을 고려하여 중요한 핵심내용을 따로 메모해 두기는 하였으나, 이 메모한 내용을 모두 나열하자니 리뷰의 내용 또한 너무나 방대해질 것만 같아서 이를 조금 더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인류가 첫번째 단계로 진화하게 된 것이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의 전환인데, 이 농경으로의 전환은 매우 서서히 나타나며 최초에는 농경이 딱히 수렵/채집보다 유리하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농경의 발전이 이뤄지고 나서야 농경민족이 수렵/채집 민족을 앞서가기 시작했으며,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나서야 생산활동에서 자유로운 추장 등의 직위가 생기게 되고 또한 군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즉, 첫번째 진화로서 농경이 중요한 것은 잉여 생산물에 의한 비생산성 인구, 다시말해 지도자와 군대가 만들어 질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농경과 가축에 대한 발전과정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는데,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인간은 인간에게 더 유익한 돌연변이 식물이 생길 때 이를 집중적으로 생산해 냄으로 인하여 품종개량을 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것을 인위적으로 교배시키기도 하고 유전자 조작을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발전하기 전에는 주로 자연선택의 과정에 의존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전 인간이 키우던 딸기는 지금 우리가 먹는 딸기만큼 크지 않았다라는... 아마도 산딸기만한 품종에서 이렇게 발전해 왔던 듯하다.
여러 가지 동물들 중에서 가축으로서 키워질 수 있는 요건이 꽤나 복잡한데,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가축이 될 수 있었고, 어느 한 가지라도 불충분 하다면 야생상태로 밖에 유지하지 못하거나 인류의 팽창에 방해가 된다면 인간에 의해서 멸종되었다. 각 대륙마다 분포하는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에 인류의 발전 속도도 각 대륙마다 달랐던 것이다. 특히나 군사용으로써 말이나 낙타 등은 엄청나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흥미로웠던 것은 인류의 발전사에 있어서 경쟁이라는 구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경쟁을 통하여 강한 군사를 갖는 것이 멸종되지 않고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오세아이나 대륙에서 섬에 정착하여 평화롭게 과일만 따먹다가 경쟁이 치열한 다른 섬에서 쳐들어온 인종에게 멸종이 되다시피 한 종족들이 많았다. 마오리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왜 중국이 유럽에 뒤쳐 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였는데, 유럽은 여러 국가가 난립한 상태에서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었고, 여기서 지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 지도자가 옳은 선택을 한 국가에게 경쟁에서 밀리게 되며, 지도자가 옳은 선택을 한 국가에 의해서 번영을 이루게 되는데, 중국같은 경우 일치감치 천하통일이 이뤄진 상태였기 때문에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있더라도 이를 견제할 세력이 없었고 오랫동안 그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느린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러 이것이 누적된 결과 유럽에 비해 뒤쳐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지오반니 아리기 교수의 세 권의 책을 통하여 이해했던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유럽과 중국의 격차도 꽤나 흥미로웠는데, 『총, 균, 쇠』는 좀더 포괄적인 원인을 통하여 궁극적인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농경이 가장 먼저 시작된 초승달 지대, 즉 지금의 중동 부근이 왜 가장 먼저 시작했으면서도 발전이 늦고 오히려 뒤쳐지고 있느냐에 대한 이유도 제시했는데, 결국 이유는 강우량의 차이였다. 농경의 근본적인 매커니즘은 여러해 살이 식물이 자라고 있던 곳에 벼 등의 1년식물을 심는 것이었는데, 다년 식물들이 죽어 서서시 쌓여 만들어진 비옥한 토양을 1년식물이 빠르게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즉, 농경의 발달은 어쩔 수 없이 토양의 영양분을 소진시킬 수 밖에 없는데, 유럽지역은 겨울에도 비가 많이 내려 토양의 회복시간을 높여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초승달 지대는 비의 양이 적이 벌목 후에는 사막화가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아주 오래 전에는 사하라 사막이 숲으로 뒤덮혀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상상이 되지 않는다.
『총, 균, 쇠』를 읽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런지 읽고 나서는 꽤나 만족스럽고 나의 교양수준이 한꺼번에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해당 내용은 내가 항상 궁금해 해왔던 내용이기도 했기에 그 만족감은 꽤나 높은 편이었다. 다만, 인간의 삶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에 따라 흘러 간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