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 영주 닐슨

월스트리트의 프롭트레이더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많이 알려져 있고, 나 또한 몇몇 책을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그들의 일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던 터에, 한국 여성이 월스트리트에 진출하여 활약(?)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고 하여 읽어 보았다. 바로 『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라는 책.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상황에 의해서 또는 자의로 영어 이름을 사용하면서 성은 한국성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아 그런 류의 이름은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저자가 영주 닐슨이라고 나와 처음에는 의아해 했다. 알고 보니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쓰고 결혼을 하여 남편 성을 따르게 된 케이스였다.

그녀가 나를 포함한 대중들이 알고 싶어 하는 증권/선물옵션/외환 쪽의 프롭 트레이더는 아니었고, 채권 분야를 담담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책을 쓴 것 같다. 종종 (겸손함을 표현하는 구절마저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자신만만함이 책 전체를 통해 흘러나와 독자를 당황시킬 수도 있지만, 충분히 자신만만해도 되는 커리어라고 생각된다.

일터로서 월스트리트를 담은 많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었느냐, 또는 어떻게 커리어를 밟아 어디까지 올라갔느냐 그리고 어떻게 몰락했느냐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동료들간의 암투나 깨알같은 사소함같은 것이 잘 묘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유색인종으로서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리고 분명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존재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희생자의 입장이 잘 나타나 있어, 앞으로 월스트리트 또는 포괄적으로 미국에서의 삶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예방주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여행이나 단기 어학연수같은 거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책이 제목만큼 전문적이지 않다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책이지만, 월스트리트의 성공기나 몰락기같은 책에 지루해 하는 독자라면 이 에세이같은 책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