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박찬욱감독 영화를 본 다음에는 기분이 참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박찬욱감독의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면 보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결국, 그 기분 나쁜 자극을 스스로 원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번 스토커는 좀 더 새로운 시도이다. 박찬욱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 그리고 최근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중요시 여기며 작품을 고르고 있는 니콜키드먼이 주연(?)이다.

영화를 본 후의 기분은 역시 찜찜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러나, 기존 박찬욱감독 영화에서 느껴졌던 만큼은 아니다. 이번 영화가 다소 감독의 스타일이 덜 반영되었거나 내가 이미 그의 영화에 익숙해 졌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조건들 때문에 그의 의도에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박찬욱의 스타일이 베어 나온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만약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영화를 봤다면 박찬욱감독 영화같다라고 말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즉, 충분히 스타일리쉬하지는 않았다.

아빠가 죽은 후에 삼촌이 왔다라는 홍보문구만 보면 무슨 싸구려 치정극같지만 알고보면 미친년놈들의 혈투극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표현이 좀 저급해 보이지만 더 이상의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