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더자이언트킬러

최근 타이틀 경향이 원제를 그대로 한글로 옮기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좀 성의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제는 Jack, The Giant Slayer 인데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Slayer 대신 killer를 사용한 것 말고는 말그대로 "글자그대로" 사용하였다. 그것도 다닥다닥 붙여서! "자이언트 킬러, 잭" 정도로 순서만 바꿨어도 이해하기 쉬웠을텐데...

제목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두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잭과 콩나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동화에서는 그냥 나무를 자르면 내려오던 거인이 떨어져 죽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거인들의 대침공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공성전까지 치루게 되어 훨씬 볼거리가 많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거슬렸던 것은 이사벨 공주로 나온 엘리너 텀린슨Eleanor Tomlinson의 연기력이었는데, 어찌나 책읽는 듯하게 대사를 치는지 몰입하다가도 이사벨이 대사만 치면 기분이 확 나빠져 버릴 정도였다. 난 그냥 이사벨이 거인들에게 그냥 잡아 먹히길 바랄 정도였다.

몇 주 전에 봤던 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과 마찬가지로 동화의 각색이라는 트렌드를 따라 만든 영화인데, 위에서 언급한 이사벨 공주 문제만 제외한다면 난 나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보는 내내 거인들의 손아귀에서 잡힐듯 잡힐듯한 스릴을 선사해 주었으며, 마지막 위기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거인을 제압하는 재치는 예상밖의 센스가 넘쳐 흘렀다. 물론, 내가 워낙에 판타지 장르를 선호한다는 이유도 녹아 있을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