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르에서 조스마로, PC업그레이드

요즘들어 집에서 PC를 사용하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 들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프로젝트 중이라 회사에 있는 시간이 많고, 두번째로 몇 주 전에 구입한 아이패드 때문이다. 집에서 하는 인터넷 서핑 시간은 아이패드가 50%이상을 가져가 버렸고, PC로만 즐기는 드라마 감상 또한 바빠서 많이 못하는 실정, 그나마 주식시장 분석에는 광활한 모니터들 덕에 PC가 제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었던 CPU는 AMD사의 레고르 245로 듀얼코어에 2.9Ghz의 클럭속도를 가진 녀석이다. 말그대로 보급형PC에서나 사용하는 오래된 CPU. 그럼에도 위의 이유때문에 딱히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PC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닌지라...

그런데 왜 갑자기 CPU 업그레이드인가! CPU 업그레이드를 결심한 것은 미래를 위해서 조금 더 강력한 컴퓨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현재의 메인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CPU, 즉 AM2+/AM3 소켓을 하용하는 CPU가 데네브 또는 조스마라는 코드명으로 불리우는 것들이었고, 아마도 이것들이 곧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보았더니, 현재의 CPU로는 2년후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물론, 그냥 2년후에 새로운 PC를 구입하면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써왔던 것에 대한 미련이 이런 결정을 하게 만든 것같다.

마지막으로 데네브와 조스마 사이에서 고민을 했는데,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가정집인지라 전기세 문제로 오버클럭할 생각은 없었기에 데네브를 선택하는 것이 약간이나마 지출을 줄이는 방향임에도 터보클럭이라는 기능의 유혹에 빠져 조스마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CPU를 꼽고 부팅을 한 후에 CPU-Z를 켜서 상황을 보았더니 두 개의 CPU만 액티브된 상태임에도 터보클럭이 활성화되지 않고 3.4GHz가 아닌 그냥 3.0GHz로 동작하는 것을 발견하고 인터넷을 찾아 보니 내가 보유하고 있는 메인보드는 오래된 785G 칩셋이 사용되었는데, 이 구형 칩셋은 터보클럭을 지원하지 않는단다. 이런! 그냥 데네브 살걸.

듀얼코어에서 쿼드코어로의 업그레이드기는 하지만 그다지 많은 성능 향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레고르의 클럭 또한 2.9GHz이고, 보통 2개 이상의 CPU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L3 캐시가 6MB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차이인데, AMD CPU에서는 L3캐시의 효용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벤치마크 자료 또한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는 꽤나 큰 체감성능이 느껴졌다.

크롬 브라우저를 띄우는 것만으로도 속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 클럭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음을 감안하면, 역시 L3 캐시의 위력인 듯하다. 벤치마크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한꺼번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띄워 놓는 나의 업무스타일에 비추어 보면 듀얼코어 보다는 쿼드코어가 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웹서버도 열어 놓지 않았는가! 또한 부모님이나 동생이 이 PC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도 난 원격데스크탑으로 접속하여 이 PC의 자원을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데네브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후회를 뒤로하면,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있다면 쿨러 소음이 다소 커졌다는 사실이다. 침대와의 거리는 어느정도 있어 수면을 방해할 정도는 아닌데, PC를 사용하고 있을 때는 예전보다 좀 거슬리는 편이다. 평소에는 두 개의 코어만 사용되기에 그다지 소음이 커질 일은 없을 것같은데...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