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스테이크 with 웹디동
작년 이맘때 현대백화점에서 웹디동 사람들과 밀탑빙수를 먹고 나오는 길에 가로수길에서 사람들이 줄서있는 것을 보았다.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길래 줄을 서서 먹나하는 생각에 언젠가 한 번 와보기로 하고 약 1년만에 웹디동 사람들과 방문하게 되었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예약을 안했는데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다행히 가능하긴 하였다. 그 때에 비하면 밖에까지 있는 줄은 없었으나 역시 웨이팅이 있기는 하였다. 우리 앞에 약 세 팀정도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고 최소 30분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으나 그 정도를 기다리지는 않았던 것같다. 웨이팅 리스트에 있었으나 사라져 버린 팀도 있었다.
난 그래도 탄수화물이 좀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메뉴에 파스타도 넣자고 하였으나 심이누나는 스테이크집에 와서 무슨 파스타냐며 스테이크만을 고집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저렴한 샐러드 하나는 시키되, 한 사람앞에 하나씩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웨이팅 중에 우리는 열심히 검색질을 하여 추천메뉴를 골랐는데, 그 결과 7번 스테이크, 즉 "구운 야채와 특제 와인 소스로 맛을 낸 그릴 소 안심 스테이크"라는 장황한 이름의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영어로는 "Royal Grilled Tenderloin steak in port wine sauce with grilled veg"란다. 심이누나는 차마 세 가지 똑같은 것을 시키기가 뭐하여 6번 스테이크, 즉 "바질 크림 소스의 호주산 꽃등심(Rib-eye)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영어로는 "Grilled Rib-eye steak in basil sauce with grilled veg". 역시 메뉴명이 참 장황하다.
식전빵은 참... 맛이 없었다. 그냥 동네빵집에서 파는 식빵을 잘라다 주는 맛이랄까. 그래도 오랜 웨이팅에 배고 고팠던 난 꿀꺽 삼켰다.
다음에 나온 샐러드는 1번 샐러드, 즉 겨자 드레싱의 구운 야채를 곁들인 그린 샐러드였는데, 겨자맛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난 풍성함이 좋았고, 고기를 먹기 전에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같은 것이 있어서 민웅이형과 심이누나는 한 입 먹어보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을 나 혼자 다 먹다시피 했다.
마침내 오늘의 메인디쉬가 나왔다. 붉은색 소스에 적셔 있는 안심스테이크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정말 맛있어 보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맛이 없다. 우선 심이누나가 주문한 꽃등심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고, 민웅이형과 내가 주문한 안심 스테이크 조차 내가 먹어본 안심중에 가장 맛이 없었다. 셋다 미디움으로 했는데, 질기긴 왜이리 질긴지... 내가 고기를 많이 먹어 보지는 않았지만, 요리보다는 고기의 질 자체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입에서 살살 녹아야 하는 안심스테이크가 왜 칼로 잘 잘려지지도 않고, 입에서는 힘줄을 끊느라 고생을 해야 하는지...
다행스럽게도 같이 주문한 와인은 그다지 비싸지 않으면서도 고기에 실망한 우리의 멘탈을 잘 위로해 주었다. 시음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마란 듯이 병을 열고 잔에 붓기부터 하여 좀 긴장하였으나 다행히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렇게 하여 1년동안 벼르다 방문한 킹콩스테이크 탐방은 늘 그렇듯 혀가 천장에 붙어 버린 우리의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메뉴 선택을 위해 검색을 했을 때에도 예상외로 악평이 많아서 걱정이 되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 버릴 줄은 몰랐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는 증거가 아닐까 했었는데...
그나저나 요즘 가로수길은 왜이렇게 장사가 잘되는지 나와서 커피한잔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체로 레스토랑으로 많이 바뀌었고, 그나마 있는 카페들도 사람들이 가득차서 남는 테이블이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오랫동안 걸은 끝에 스무디킹에서 디저트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나면 대체로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나 서로의 안부만 물어보곤 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들고 각자(?) 놀다 헤어졌다. 가끔 우리 모임은 유리 문지르기를 너무 좋아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