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문화를 품다』 무라카미 미쓰루

마트에서 수입맥주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내가 마시고 있는 맥주들에 대한 좀 더 학구적인 관점에서의 지식을 탐닉하고픈 욕구에 휩쌓여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 『맥주, 문화를 품다』이다. 저자인 무라카미 미쓰루는 맥주 산업에 대한 학문적 또는 실무적인 경험이 풍부하다고 소개되어 있다.

맥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깊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건 확실하다. 다만, 난 각 맥주의 제조과정까지 자세하게 알고픈 생각은 없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역사 또한 그다지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때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어서 참고 읽을만 했다.

아쉬운 점은 책 전체에서 너무나 번역체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물론, 번역된 책이니 당연히 그런 느낌이 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겠지만,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이다. 이것이 역자의 스타일인 것인지 아니면 책의 내용이 원래 좀 딱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기가 다소 거북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뒤쪽에 있는 30여페이지의 부록이 훨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머리에 잘 들어왔다. 부록에는 본문에서 다뤘던 맥주들에 대한 설명과 요약, 그리고 맥주의 맛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영어 단어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영국과 독일, 그리고 벨기에를 중심으로한 맥주 공장들의 지도 또한 유익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렴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하면발효맥주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상면발효맥주의 역사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고충이었다. 가격경쟁에서 점점 뒤지고, 고급화 하려고 해도 와인이 버티고 있는 현실에 전통 양조업자들은 꽤나 힘겨워 하고 있다. 맥주시장도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피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물같은 맥주밖에 만들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맥주시장의 신자유주의적 침탈이 반갑기만 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