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책으로 읽었을 당시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이 영화를 볼까말까 고민을 하였다. 마지막에 보기로 결정을 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캐리 멀리건Carey Mulligan이 데이지Daisy역을 맡았다는 사실, 그리고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의 연기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는 안봤으면 죽을 때까지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을 폄하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정말 잘 봤다,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차 버렸다.
참 화려하게 잘 만들었다. 미장센에 대한 칭찬이다. 소설에서 글로 표현했던 것 이상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개츠비의 부가 얼만큼이나 엄청난 것인지 보여주며, 또한 데이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훌륭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원작소설의 훼손도 거의 없다. (자동차 색깔까지 소설과 같다.) 소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하면서, 독자들이 소설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는 좀 이해가 안갔던 부분을 한 씬으로 설명해 주기도 하고, 뭔가 가려웠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한다. 이 역시 디카프리오와 토비 맥과이어Tobey Maguire의 연기력 덕이 크다. 반면, 캐리 멀리건은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난 이것이 그녀의 연기력 자체 보다는 영국출신 배우로서 어색한 당시의 뉴욕 악센트를 써야 하는 상황때문이었다라고... 쉴드쳐주고 싶다. 팬심발동! :)
내가 캐리 멀리건이라는 배우의 팬이 된 것은 그의 대표작도 아니고,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던 월스트리트 머니네버슬립이라는 영화에서 코든 게코의 딸로 등장했던 그녀를 보았을 때 부터이다. 헐리우드에도 이렇게 섹시어필이 아닌 러블리하고 귀요미같은 배우가 있었구나라는 임팩트를 주었었다. 그런데, 2년 반정도가 흐른 지금은 그녀에게서 조금씩 싱그러움이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다시 개츠비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리 길지도 않은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을 읽으며 도대체 왜 개츠비는 위대한가라는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이 나를 일깨워주었다. 영화로 다시 한번 보고서야 아, 개츠비가 정말 위대하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을 한 번 더 봤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 영화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시켜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에게 개츠비는 참 한심한 녀석이었고, 데이지는 그냥 속물적이 여자였으며, 나머지 인물들 또한 그 사회를 살아가는 부유한 속물들일 뿐이었다. 그나마 캐러웨이Nick Carraway가 무난한 인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그래서 개츠비가 왜 위대한건데?"라고 물어 본다면 한마디로 똑떨어지는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 참 복잡한 위대함을 가진 사람이다, 개츠비라는 사람.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속물들 중 하나로서, 난 개츠비가 참 위대하게 보인다.
그런데, 난 영화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 영화가 왠지 예전 디카프리오가 로미오로 나왔던 로미오와 줄리엣과 TV시리즈 가십걸을 섞어 놓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기분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