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Contracts』
읽고나서 이걸 책이라고 해야할지 매뉴얼이나 가이드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임의로 책이라고 간주하고자 한다. OpenOil(http://openoil.net)이라는 곳에서 출간한 책인데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읽을 수 있다. 내가 읽은 것은 1.0 Nov 3 버전인데, 지금보니 최신버전이 1.2 Dec 13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내가 읽었던 버전은 오탈자가 꽤나 많아서 보기가 불편하였는데, 최신버전은 더 좋아졌으리라 생각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씌여진 책에서 오탈자로 인하여 문맥으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닌지라 꽤나 고전을 했다.
평소에도 에너지는 나의 관심사였고, 그것은 전통적인 에너지나 차세대 에너지 모두 다였다.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 그것의 계약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Oil Contracts』이다. 물론, 계약관계 이외에도 석유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을 넓히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다만, 전반적인 상식만 넓히려는 목적이라면, 이 책의 지나치게 깊이 있는 계약 중심의 사례들과 설명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내 경우가 좀 그랬다.
새롭게 알게된 지식은 원유(crude oil)의 질에 대한 것이었다. 단순히 유황성분이 많은 오일이 더 복잡한 정제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질이 좋지 않다는 것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석유의 질을 평가하는 요소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로 유황이 많이 들어 있으면 sour oil, 그 반대가 sweet oil이다. 즉, 유황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따라서 sour하냐 sweet하냐로 나뉘어 진다. 물론, 유황성분이 적은 sweet oil이 더 질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타르의 함유량에 따라 heavy하냐 light하냐를 구분짓는데, 이것도 당연히 타르가 적게 들어 있는 light oil이 더 질이 좋다. 즉, sweet하고 light한 오일, 다시말하면 유황과 타르의 함량이 적을 수록 질이 좋은 원유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인 계약관계에 대한 내용은 굉장히 풍부한 특별한 사례들을 들어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 업계에 종사하거나 종사할 예정이 아니라면, 그냥 원유 개발 계약은 정말 복잡하기 이를 데 없구나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난 글로벌 석유 회사들이 거저먹는 장사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질적인 갑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국가의 정부/왕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워낙 규모가 커서 이런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지, 이들 정부나 왕국이 얻는 소득에 비하면 이들의 어마어마한 매출액과 순이익도 새발의 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네덜란드병을 운운하겠지만 산유국이 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이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책이다.
지난 멕시코만 오일 유출사건도 살짝 다뤄지기는 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않는다. 당시에는 참 떠들썩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에 놀라운 자연의 복원력, 다시 말하면 엄청난 박테리아들이 모여서 누출되어 바다에 떠도는 석유들을 먹어 치워 천문학적인 복원비용으로 망할 것 같았던 BP는 생각보다 적은 데미지를 입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그 정도로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이러한 이슈가 발생할 리스크가 있고 책임이 있다라는 정도로만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은 독서라고 불리울만한 것들 중에서는 두 번째로 다 읽은 원서(English version)인데, 책을 읽는데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작년 얼음과 불의 노래 5부 『a Dance with Dragons』를 읽는데 9개월이 걸린 것에 비하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방대하지는 않고, 약 200페이지를 넘어 가는 수준이기에 이들의 비교는 적절치 않지만, 산술적으로 10pages/day 정도의 속도이니 좀 더 빨라진 셈이다. 이것이 나의 reading 능력 항상인지 아니면 책의 난이도가 더 낮아서 발생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