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어스

SF장르이면서도 그다지 SF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영화였다. 우주선 불시착 이후에는 그냥 좀 최첨단 기기들이 이용되는 오지탐험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위기를 통해 극복되는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그런 영화다.

지루하지는 않다. 위기-위기해결 과정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기, 더 큰 제약사항을 암시적으로 또는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긴장의 강도는 더 강해진다.

애프터어스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인류가 버리고간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가 살아가기 힘든 행성으로 분류되어 버린 지구이지만, 인류를 제외한 다른 생물체에게는 오히려 훨씬 더 멋진 곳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낙원이다.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본 관객들은 위에서 언급했던 이러한 요소들에 자극을 받은 것일테고, 그렇지 않은 관객들은 아마도 윌스미스Will Smith라는 지명도에 의지하여 극장을 찾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윌스미스의 역할은 꽤나 제한적이다. 우주선의 불시착과정에서 다리를 다친 윌스미스는 아들에게 지시를 내릴 뿐이다. 말그대로 앉아서 입으로 영화를 찍고 있다. 거져 먹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 윌스미스의 아들이기도 한 제이든스미스Jaden Smith의 연기가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였을 것이다. 물론, 나이대에 비해서 괜찮은 연기력인 것은 맞지만 영화를 단독으로 이끌어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기력과 카리스마이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경례하는 마지막 장면은 살짝 뭉클하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