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미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그의 작품을 접하는 것이 이번 『빅픽처』가 처음이다.

이야기가 정말 짜릿하게 시작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소설로 펴낼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놀라움으로 인하여 나의 몰입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읽곤 하는데, 더 읽고 싶어서 지하철에서 내리기가 싫을 정도였고 종종 내릴 역을 지나칠 뻔 한 적도 있었다. 비교적 두꺼운 분량임에도 책장이 절로 넘어간다.

그의 작품들은 영미권보다도 오히려 프랑스에서 더욱 인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뭔가 파격적이고 흐름이 빠른 소설들이 프랑스인들에게 먹혀드는 것같다. 물론, 파격적이고 빠른 흐름을 마다할 독자가 어디있겠냐마는...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창 인기가 있었던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도 빼놓을 수 없는데,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그의 작품에 비해 스타트가 좀 더 파격적이라는 장점이 존재한다. 게다가 요즘 기욤 뮈소의 최근 작품을 읽어본 독자들은 그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감떨어 졌다고 단정지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빅픽처』로 돌아와서, 파격적인 시작에 비하여 결말은 지나치게 우연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보여 신선한 초반에 비하면 좀 김이 빠져 버렸다. 모든 것이 그의 의도대로 잘 통제되고 있는 순간 다가온 위기를 그냥 우연에 의해 해결되게 만들다니, 이 점이 좀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작가가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결말을 떠오르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겠다.

영화개봉에 맞춰서 다 읽으려고 속도를 냈는데 알고보니 이번에 개봉할 영화는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엎은 적이 별로 없는 프랑스 제작이고 게다가 제작연도는 2010년, 또한 극장에서 볼 스케일도 아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기로...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더 읽어 보려고 한다. 다른 작품들도 확실히 기대가 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