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스티그 라르손

10부작을 구상해 놓고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마지막인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마침내 읽게 되었다.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와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서 아껴두었던 것이 생각보다 긴 인터벌을 갖게 되었다. 정말 이 작가의 죽음이 아쉽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처음 구상대로 10부작이었다면 일곱번이나 더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미카엘 브롬크비스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텐데...

처음 읽기 시작하였을 때는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와 지나치게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시작하는 덕에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읽는 느낌이 잠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 가면서 진가를 드러냈다. 2부에서 그에게 최후의 적이었던 그의 아버지 살란데르는 예상외로 금방 전개의 중심에서 사라져 버리는 반면에 그의 이복동생인 니더만은 3부에서도 꽤 위협적인 존재로 군림(?)한다. 게다가, 이번 3부는 워낙에 스케일이 커져 버려 이 소설이 사실이라면 스웨덴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을 수준이다. 그런데, 만약 10부작으로 구상했던 스티그 라르손의 머리에는 과연 무엇이 더 그려졌던 것일까? 스칸디나비아 반도 전체가 뒤집어 질 이야기인 것일까? 그의 소설에 점점 빠져들며 이러한 상상을 해보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3부로 끝내 버리기엔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자꾸 이야기해서 좀 그렇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참 아쉽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