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칼더 @리움미술관

여름 휴가 갤러리투어의 일환으로 방문한 알렉산더 칼더전, 리움미술관을 방문한 건 꽤 오랜만이다. 2005년에 있었던 이중섭 드로잉전을 갔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 8년전이다. 아, 세월 빠르다. 당시에 현대적인 리움미술관의 외관과 인테리어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였을 정도로 좋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왜 그동안 그렇게 발길이 뜸했던 것일까? 한남동이라는 곳이 나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 컸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앞으로라도 자주 방문하련다. 난 리움미술관이 참 좋다.

다시 알렉산더 칼더전으로 돌아와서, 예상외로 전시회장 내에서 사진 촬영이 허용되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둔 채 소지품 보관소에 가방을 맡겨 버렸다. 전시회장 내부에 가방 등의 소지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예상밖의 규정으로 인해 일어난 해프닝이다. 그리하여 나의 DSLR은 소지품 보관소에 고이 모셔진 채, 아쉬운대로 아이폰5로 작품들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플래쉬를 터트린다 해도 작품에 딱히 손상이 갈 것 같지도 않았지만 전시회장 내부가 워낙에 밝은지라 플래쉬를 터트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다들 작품감상보다 사진찍기에 바쁜 것은 좀 아이러니? 물론, 나도 그런 아이러니컬한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ㅎㅎ

처음에는 생소했는데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종종 나왔던 작품들이 희미하게나마 생각이 난다. 그렇다. 이 사람은 모빌로 엄청나게 유명한 작가였던 것이다. 회화에만 관심을 두다보니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을 봐도 감흥을 못느낀다. 물론, 내가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빈약하기는 하지만 교양이라는 측면에서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 또는 해학적인 느낌을 주어서 작품의 이해도에 관계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그저께 방문한 고갱전의 무거움 때문인지 칼더의 모빌들이 훨씬 밝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건 모빌은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나의 착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지하고 심각한 작품인데 내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나저나, 요즘 자주 느끼곤 하지만, 작품보다 미술관에 더 감동하고 온 날이었다. 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