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ing Light @유진 갤러리

여름휴가로 계획했던 갤러리 투어가 애초와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빡빡한 일정을 조절하여 다소간 휴식의 시간을 부여했고, 대신 방문할 갤러리는 세 곳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아직 전시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갤러리들 중 일부를 차후에 가는 것으로 미룬 것이다. 우선, 전시회 관람이 얼마나 작품을 진지하게 대하는가에 따라 꽤나 체력소모가 큰 일이기도 했는데, 나는 아마추어 치고는 다소간 진지하게 살펴보는 편인지라 체력소모가 빨랐다.

휴가의 마지막날, 수정된 계획대로라면 예전 로댕갤러리가 개명한 플라토에서 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Takashi in Superflat Wonderland라는 전시를 보려고 했는데, 마이존 멤버 Mimi가 큐레이팅을 직접한 소규모 갤러리가 있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마침 마지막 날이었다.

사실, 지인이 직접 큐레이팅을 하여 그 전시를 방문한다는 것이 친근감의 표시일 수도 있겠지만, 소규모 갤러리라는 곳이 아무래도 작품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라 괜히 작품을 살 사람도 아닌데 가서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Young 형님의 제안에 선뜻 가게 되지는 않고 그냥 Young 형님이 한 번 더 권하면 따라가는 형태를 취하기로 했었는데, 그대로 되었다.

전시회가 있었던 곳은 유진 갤러리Eugean Gallery 라는 곳인데, 화려한 청담동의 수수한 뒷골목에 위치해 있다. 마치 가정집같은 분위기를 풍겨 의아해 하였는데, 원래 가정집이었다가 집주인이 혼자살게된 상황에서 혼자살기에는 좀 크다싶어 갤러리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Mimi의 설명을 듣고 '아하!' 하였다. 물론, 그 분이 이 갤러리 원장님이시라는...

이번에 전시를 감상하면서 크리스 맥코Chris McCaw라는 작가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Sunburn이라는 기법(?)을 통하여 작품에다가 과다노출을 시켜 특정 부위를 태워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인데, 과다노출을 시킨 부분에 따라 어떤 사진은 마치 별이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이렇게 해서 사진 자체가 유일성을 갖게 됨으로 인하여 소장가들의 수집욕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Mimi의 설명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인터넷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한 사진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것이 크리스 맥코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고,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다른 작가가 있는지 또한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Mimi도 확실한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네 명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워낙에 크리스 맥코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어서 그의 작품들만 생각난다.

관람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제안했는데 두 분 모두 응해주셔서 이렇게 어색한(?) 사진이 만들어 졌다. 휴대용 미니 삼각대를 이용했는데, 갤러리 닫는 시간에 쫓겨 구도를 대충 잡았더니 이렇게 발이 짤려 나가 버린 사진이 만들어 졌다. 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