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릴리온』 J.R.R. 톨킨

작년말즈음해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기에 『호빗』을 급히 읽으며 오랜만에 톨킨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톨킨 세계관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실마릴리온』을 읽음으로써, 다시한번 톨킨의 환타지에 빠져들게 되었다. 읽고난 직후의 느낌을 이야기 하자면, 한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정교할 수 있는지에 정말 감탄스럽다. 물론, 이 정교함은 흥미로움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실마릴리온』은 톨킨의 작품중 가장 유명한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보다 훨씬 앞선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대로 톨킨 세계관의 시초를 쓴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중간계라는 곳은 어디이고, 엘프와 인간, 또 드워프는 어떻게 탄생하였으며, 중간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사우론의 존재 등을 다루고 있다.

초기에는 그리스신화만큼이나 다양한 신족들에 대한 무덤덤하고 열거적인 소개가 이어져 꽤나 지루함을 느꼈는데, 점차 엘프와 인간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시대가 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아무래도 독자들은 신족보다는 엘프나 인간들에게 익숙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나만 그런거? ㅋ

톨킨의 팬이라면 필독서라 할만 하지만, 일반적인 독자층에게 이 책을 자신있게 권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없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만큼 재미있지도 않을 뿐더러, 요즘에는 톨킨의 환타지 소설 말고도 재미있는 책들이 워낙에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새로운 세계관을 잘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훌륭한 흥미꺼리가 아닐 수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