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리뷰, 2013년 9월물

지난 7월물의 수익이 10M을 넘었다며 좋아했던 내 꼬라지가 참으로 우습게 되어 버렸다. 또 소나타 한대치의 자산을 날려 버렸다. 항상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린 다음 달에는 적자를 기록하는 징크스가 있어 8월에 조심조심하며 수익률 방어를 했더니만 9월물에 제대로 터져 버렸다.

시그널 없이 단기로 트레이딩을 하다 이미 시작부터 -1.75M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나에게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게 만든 것 같다. 내가격 콜옵션 4개를 매도한 것은 사실상 역사상 가장 높은 레버리지였다. 이러한 베팅이 8월 21일까지는 잘 되는 듯하다 갑작스럽게 폭등을 하였고, 난 그 포지션을 청산할 기회를 놓친채 하염없이 주가가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며 만기까지 가져왔고, 결제받기 전에서야 청산을 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결제를 받는 것이 나을 뻔했다. 물론, 손실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이번 엄청난 실패로 끝난 9월물의 트레이딩에서 내가 깨달은 바는 매도포지션일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프리미엄이 다 빠지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니 방향이 틀려도 심리적으로 과감하게 포지션 정리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정리해야 하는데 정리해야 하는데 하다가 결국 만기일까지 와버렸다.

명백하게, 심리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포지션 정리를 못한 것의 본질적인 원인은 프리미엄 빠지는 것을 다 먹겠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그널이 없다면 분명 매도포지션에서 반만 먹고 빠지겠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8월 22일 즈음에서 적당히 수익을 얻고 정리를 하는 것이 맞았다. 설사 주가가 더 내려서 수익 기회를 놓쳤다고 하더라도 그게 맞는 방향이었다.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후회가 된다. 풋매도 포지션은 위험한 걸 알고 누구나 조심하라고 하는데, 콜매도 포지션이 위험하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 또한 콜매도 포지션의 리스크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정말 엄청난 수업료를 내면서 배운 것은 콜매도도 위험할 땐 사정없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면서 주가가 올라갈 때는 이런 포지션으로 버텨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실, 9월물 중반 정도부터 시그널이 나오기는 했는데, 이 시그널이 하락배팅을 알리다가 갑자기 그 포지션을 청산시키고 상승에 배팅하라는 시그널을 내보내기도 하고, 이러니 시그널 자체에 신뢰를 할 수 없게 되어, 마지막에 상승 시그널이 나왔을 때 정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여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었다.

10월물 부터 또 자금이 빠듯해 졌다. 7월물에서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여유있던 유동성 문제가 다시금 불거져 나오게 된 상황이다. 시그널없는 배팅과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의 댓가가 이렇게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