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Days 2013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주관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Tech Days 2013에 참가했다. 메이저 개발자 세미나는 원래 가을이 올랑말랑할 때 즈음 하는 것이 관례인걸까? 작년 네이버 진영(?)에서 개최했던 Deview 2012도 이맘때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세종대학교는 처음 가는지라 조금 일찍 출발하였더니 약 10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고, 캠퍼스내에 가로등을 따라 안내걸개가 걸려 있어 광개토관까지 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참석자들 때문에 놀랐는데, SI 업계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한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렇게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곤 생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티가 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기에 참가자 모두가 개발자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눈에 보이는 군중들의 수에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들을 보며 난 "이 Nerd들은 왜 아직도 JAVA 진영으로 넘어가지 않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 질문은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롭 크래프트Rob Craft의 기조연설
참 마케터같은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키노트의 상당한 시간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반젤리스트 롭 크래프트Rob Craft에게 할애되었는데, 뭐랄까 개발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이 사람은 개발자 출신이 아닐게다."라고 느낄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이 다소 거슬렸다. 너무나 마케터같은, 그래프로 어떻게든 현실을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여 MS의 미래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키노트에서는 곧 출시될 윈도우8.1과 윈도우8.1을 장착한 다양한 디바이스들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 되었다. 무려 예정된 점심시간을 30여분이나 넘길 만큼!

점심이후에는 여러 가지 세션을 세 파트로 나뉘어서 진행되며, 시간마다 세가지 세션이 마련되어 있어 셋중에 하나를 골라 듯는 방식이었다. 연설은 에반젤리스트와 MVP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확연히 프레젠테이션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MSFT인 에반젤리스트들은 대체로 정제된 공식적인 느낌, MVP들은 매우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세션을 이끌어 나갔다. 난 에반젤리스트의 정제된 스타일을 선호한다. 참고로 에반젤리스트Evangelist와 MVP들은 대외적으로 유사한 MS의 기술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은 에반젤리스트는 MSFT, 즉 MS정규직이다.

아무래도 개발자이고 코딩을 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세션은 Taeyo.NET의 운영자인 김태영 에반젤리스트가 진행한 "Visual Studio 2013, Device & Service 시대를 위한 개발 플랫폼"이었다.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Visaul Studio 2013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Go to Definition"의 발전된 형태인 "Peek Definition" 기능이 흥미로왔다. 매번 정의로 이동하기 전에 현재 위치에 책갈피 찍어 놓는 걸 잊어 버려서 다시 해당위치로 가기위해 번거로운 참조찾기를 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Peek Definition"은 그 자리에서 툴팁같은 스타일로 해당 Method 등의 코드를 보여준다. 이 기능 하나만으로도 Visual Stduio 2013을 사야할 이유가 있지만, 회사에서 안사줄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ㅋㅋㅋ 이외에도 김태영 에반젤리스트의 품격있는(?) MS 디스는 꽤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Taeyo.NET이 한국에서 가장 고령화된 닷넷 커뮤니티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 초보일때 꽤나 자주 들락날락했던 사이트인데,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은...

전반적으로 이번 세니마를 평하자면, 지나치게 홍보 위주의 시간이 많아 좀 짜증이 났다고나 할까. 이게 개발자 세미나인지 MS 프로모션 행사인지 햇갈릴 정도였다. 마치 공짜 점심과 공짜 세미나를 들으려면 이정도의 프로모션은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휩쌓여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핫식스를 쌓아 두고는 홍보부스에서 도장받아와야 준다는 얘기에 어이가 없어서 참... 물론, 난 홍보부스에 가서 도장받아올 나이는 지난 터, 위층에 있는 카페테리아를 이용하였다. 캠퍼스라 저렴하더만.

내 비록 MS의 기술로 먹고 사는 형편이라 참여는 했지만, 참 떨떠름한 세미나였다. 내년에는 안갈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