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작가이고, 『개미』는 그의 인지도를 높여 주는데 크게 기여를 한 작품,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은 학창시절 이 책을 이미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나의 독서는 수능에 나오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좌우되었기 때문에 수능에 전혀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이 책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딱히 성인이 되어서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나에게는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소설 정도일 뿐이었다.

그런데, 리디북스에서 세트로 뭉쳐서 할인을 하기에 좋은 기회이자 일종의 동기가 생겨버린 꼴이 되어 마침내 꽤 긴 시간을 들여 다 읽게 되었다.

초반에는 개미와 인간이 소통한다는 신기한 발상으로 인하여 흥미진진하였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고, 여러 가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정말인듯 묘사하는 통에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상상력이라는 명분을 두르고 fiction이면서도 fiction이 아닌척하는 것이 꽤 거슬린다. 소설은 소설이고 작가는 작아일 뿐인데 뭐랄까 과학자 행세를 한다고나 할까? 여기에 등장하는 단편적인 내용을 사실로 인지해서는 절대 안된다. 물론, 소설을 읽으면서 왜 논픽션을 기대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난 작가, 즉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로 하여금 픽션을 논픽션으로 받아들이게 하여 몰입감을 높이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폐악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읽으면서 좀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다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앞으로는 안읽으려고 하였으나... 이미 그의 다른 소설인 『신』을 구매해 놓은 상태... 『신』까지만 읽어야겠다. 그나마 『신』은 그의 유명작 중 하나이긴 하니...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