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너무 유명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나치게 대중적이다거나 진부하다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들어 있는 말이기도 하다. 너무 유명한 아티스트 중에 하나인 피카소도 어쩌면 그런 시각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건방지게도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피카소 관련 전시회... 가야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피카소인데 가야지... 라는 생각이 좀 더 컸기에 전시회를 방문하게 되었을게다.

사실상 큐비즘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피카소,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번의 전시회가 있었기에 독창적인 또는 마케팅적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부제를 달게 마련이다. 이번 전시회명은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이다. 적어도 이번 전시회로 인하여 피카소의 고향이 말라가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으니 뜻깊은 전시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피카소하면 떠오르는 것은 스페인 보다는 프랑스일까...

다른 사조도 그렇지만 입체주의에 대한 미약한 지식으로 인하여 난 오디오가이드의 도움을 받곤 한다. 이번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초입부에 이런 대목이 흘러 나와 "진부한 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피카소는 14세때 이미 라파엘로 수준의 회화 실력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큐비즘과 같은 추상적 작품이 나오기 이전 이미 그는 전통 회화에 필요한 기술적 능력은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는, 다시 말해, 예쁘고 사실적인 그림을 못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건데... ㅎㅎㅎ

아무래도 일반 대중적인 시각에서, 화려한 유화 중심의 전시회가 심미적으로 더 깊은 감명을 받게 마련인데, 이번 전시회는 드로윙 위주로 편성되어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역시나 고향으로부터의 같은 부제가 붙은 이유도 유화가 없어도 이해해 달라는 뜻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중적 시각의 유화선호 성향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회화가 어떻게 추상화의 단계를 거쳐서 큐비즘이 되는지의 과정을 단순화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로윙 작품들은 분명 장점이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프랑수아 연작들이 이런 이해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큐피즘으로도 이런 심미적인 우월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큐비즘의 의의, 즉 3차원의 사물을 2차원의 평면에서 모두 표현할 수 있다라는 특징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난 각 파트의 분절된 묘사에 혐오감을 느껴 큐비즘이라는 사조 자체에 대한 다소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는 이런 큐비즘에 대한 거부감을 살짝 걷어내고 큐비즘의 본질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 주었다는 측면에서 나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전시회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