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난 보고자 하는 영화가 있으면 대부분 온라인 예매를 통하여 개봉 당일에 내가 앉고 싶은 자리를 차지해서 본다. 그런데, 그래비티Gravity의 경우 영화의 재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지인들의 평을 기다리기로 했고, 지인들의 평이 극명하게 갈리는 바람에 볼까말까를 고민하다가 마침내 오늘에서야 극장을 찾았다. 꼭 3D로 보라는 지인들의 조언을 들어 3D로....

영화에 지루할 요소가 다분하기는 하다. SF도 아니면서 우주가 배경이고, 실질적인 등장인물은 단 두명, 우주미아가 되는 이야기, 그런데, 이 지루할 것 같은 소재로 엄청난 스릴을 선사해 준다. 난 내가 숨을 쉬면 라이언 스톤Ryan Stone 박사의 잔존 산소량 수치가 줄어들기라도 하는 냥 숨을 참아가며 함께 우주에 있던 기분을 느꼈다.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도 훌륭했지만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의 연기가 나를 그도톡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산드라 블록을 영화에서 본 건 꽤 오랜만인데, 그녀는 건재했다.

사실, 극장을 나오면서 엄청난 감동을 받은 직후인지라, 도대체 이 영화가 지루하다는 인간들은 뭐지? 영화 이해를 못할 만큼 지능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소 차분해진 후에 생각해 보면 이공계열 전공을 가지고 있어서 물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쌓여 있거나 영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부류만이 이 영화를 보고 좋은 평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비티는 정말 센세이셔널한 영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