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에너지전쟁』 대니얼 예긴

평소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예전에 레오나르도 마우게리의 저서인 『석유의 진실』을 꽤나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기에 『2030 에너지전쟁』라는 다소 촌스러운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이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끌렸다. 원제는 The Quest, 아마도 너무 추상적이라 한글판으로 나올 때는 이런 촌스러운 제목이라도 붙여서 나와야 했나보다.

『석유의 진실』이 석유 고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2030 에너지전쟁』은 에너지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정말 에너지 분야의 바이블이라 칭할 수준이다. 그렇다고 석유에 대한 고찰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꽤 최근 사실들도 잘 다루고 있다.

책의 시작은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의 등장이다. 평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주 들어 보았을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그런 올리가르히 중의 하나이고 그의 생애(?)에 대한 이야야기에 적절한 분량이 할애되었다. 연대기별로 되어 있지는 않지만 에너지 분야의 역사상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보니 머리에 쏙쏙 들어 온다. BP에게 굴욕이었던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을 비롯하여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샌드오일 등도 빠지지 않는다.

석유 이외의 에너지, 즉, 전기와 원자력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몇 가지 사실은 나를 꽤나 놀라게 했다. 특히, 너무나 유명해서 오히려 잘 모를 수도 있는 토마스 에디슨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 것은 기대밖의 소득이었다. 또한, 아인슈타인도 취직을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으며 태양광 산업이 그의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수상인 마가렛 대처가 식품화학자 출신이라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젊은 시절의 그녀 사진은 의외로 매력적이다. 석유관련 내용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기타 에너지 분야도 많이 등장한다.

처음엔 엄청난 두게에 누죽들어 망설였지만, 매일 조금씩 읽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읽다보니 생각보다 쉽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꽤 오랜기간이었지만 메모를 하며 많은 지식을 얻었다. 참 만족스러운 책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