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얼마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은 후, 다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건만, 생각해보니 이미 그의 다른 소설, 『신』을 이미 EBook으로 구매해 놓은 것을 알게 되어 생각난 김에 읽어 버리자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나 신선한 출발이었고, 흥미진진한 진행이 이어졌는데, 막판에 이르러서는 좀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 더 나아가 독자로서 능멸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뭐, 이런 발상을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결코 아니다.

인간이었던 이들이 신이 되어 다른 지구의 인간들을 다스리는 게임을 한다는 발상, PC게임으로 비교하자면 시드마이어의 문명과 비슷한 컨셉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신』에서는 이에 앞서 거의 생명체의 시작부터 관여를 한다.

이 훌륭한 발상으로 인하여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막판에 이르러서는 단계적으로 좀 더 위대한 존재와 만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것일까, 이야기가 계속 산으로 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들이 들으면 분노할 소리지만, 이렇게 대책없이 스케일만 키워 놓는 것은 마치 드레곤볼을 연상케 하고, 마지막에 이르러 엉뚱한 결론은 막장 드라마의 원조인 임성한 작가를 생각나게 만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