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아니로 유명한, 칠갑산

고객사 신사옥으로 옮기면서 다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라는 고민꺼리를 각자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옆자리에 앉게된 황차장님과 자연스레 점심 파티가 되었는데, 식성이 그리 비슷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행히 매번 그럭저럭 합의점에 도달하여 점심을 굶는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른 파티의 추천으로 오늘은 칠갑산이라는 한식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칠갑산은 너비아니로 유명한 음식점으로 이 너비아니가 점심으로 먹기에는 살짝 가격이 좀 된다. 애기 아빠라 돈들어갈 때가 많은 황차장님이 살짝 망설였지만 내가 너비아니 사겠다며 호기롭게 치고 나오니 웃으며 그냥 가게 되었다. 물론, 계산은 반반씩 ㅋㅋㅋ

이름 모를 넝굴이 가게의 외관을 무시무시하게 유지시켜 주고 있었다. 주인의 의도는 아마도 누추한 분위기를 고풍스러운 분위기처럼 보이도록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의도가 성공하기만 하면야 자주 돌아오는 인테리어 공사 안해도 되고 좋기는 한데, 난 살짝 으스스해 보인다.

처음 여기에 온 목적대로 우리는 된장비빔밥 두 개와 너비아니를 주문했다. 너비아니가 2인분 정도의 양인지라 된장비빔밥과 너비아니를 다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 아프기까지 하다.

사실, 난 너비아니라는 음식에 대해서 그리 높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불고기버거 패티랑 다를 것이 무엇인가! 좋아하긴 하는데, 너비아니 먹을 바에야 그냥 불고기버거 먹는다라는 주의다. 뭐, 그래도 칠갑산의 너비아니는 꽤나 괜찮았다. 너비아니 만들자고 좋은 고기를 쓰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래도 이리저리 많이 때리고 칼집내서 매우 부드럽게 만들어 놓았다. 2인분에 16,000원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는 된다.

된장비빔밥은 좀 내 스타일이 아닌 듯하다. 난 된장찌개도 좋아하고 비빔밥도 좋아하는데, 된장에 비벼먹는 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메뉴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옆자리 여자손님들이 먹고 있었던 (아마도 이름이) 새싹비빔밥으로 주문해 볼까 한다.

비싼 관계로 우리의 정규로테이션에 포함시키지는 않고, 매달 15일을 칠갑산 가는 날로 정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