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대표적인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서 난 그의 팬이 되어 버렸고, 팬이 되어 버린 것 치고는 꽤나 긴 인터벌을 둔 후에 그의 다른 저서인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를 읽게 되었다. 그의 다른 저서들 중에서 굳이 『눈먼 시계공』을 선택한 이유는 특별히 없고, 그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뭔가 그의 저서들을 연대기 순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같은 것이 들지는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가 비전공 독자들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설 이해를 돕기 위해 훌륭한 책이라면, 이번에 읽은 『눈먼 시계공』은 진화론의 반대편에 있는 창조론자들의 비판을 조목조목 비판하기 위한 책이다. 더 나아가 진화론 중에서도 잘못된 설을 설파하고 다니는 진영에 대한 비판 또한 서슴없이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난 이 책에서 난해함을 느끼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고 읽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해서 다시 앞장으로 넘어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 그나마 내가 가장 잘 이해한, 그리고 가장 흥미있었던 대목은 다윈의 진화론이 단지 자연선택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 "7장 건설적인 진화" 였다. 그는 뭔가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자연선택설 뿐만 아니라, 생물체는 돌연변이라는 현상을 통해서도 진화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난 은연중에 다윈의 진화론하면 자연선택설에만 집중을 하곤 하였는데 돌연변이라는 요소는 왜 깜박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마음대로 이 책의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의 뇌가 비교적 짧은 기간을 이해하기 위해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에 몇억년 수준의 긴 진화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실제로 이러한 충분히 긴 기간이 흐른다면 우리의 신체중에서도 가장 신비롭게 보이는 눈과 같은 기관도 진화의 과정 속에서 나타날 수 있다. 즉,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책을 덮은 후, 『이기적 유전자』만큼의 임펙트는 아니었지만, 난 또다시 나의 부족했던 상식이 채워짐을 느길 수 있었다. 책을 덮자마자 또 다른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를 읽고 싶어 진다.

이상욱